촛불집회 광화문서 영화 ‘미션’을 떠올린 까닭은?
[아시아엔=이홍주 공연프로듀서, MBC프로덕션 전 제작사업실장, SBS콘텐츠허브 전 상무, CJ E&M 음악사업부문 경영총괄 역임] “빛이 어둠을 비춰도 어둠이 이를 깨닫지 못하더라.” 마음 한 켠을 숭고하게 만드는 감동 명화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THE MISSION).
몇 년 전 ‘남자의 자격’이란 방송프로그램의 합창 경연곡으로 이 영화에 나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편곡한 ‘넬라 판타지아’가 여러 번 방송을 탔다. 참고로 이 노래를 불렀던 사라 브라이트만은 뮤지컬의 천재 앤드류 로이드 웨버 경의 첫번째 부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음악은 엔리오 모리꼬네, 순수의 시절로 돌아가 가슴이 촉촉해 지는 <시네마 천국>의 영화음악도 그가 맡았다.
이 영화에는 <택시드라이버>, <디어헌터>, <인턴> 등의 영화에 나왔던 로버트 드 니로, <다이하드> <데미지>, <로리타> 등에 출연했던 섹시 가이 제레미 아이언스 그리고 어진 사제역으로 젊은 시절의 니암 니슨도 볼 수 있다.
300년 전 남아메리카 신대륙. 백인들은 원주민들을 두 가지 차원에서 정복했다. 하나는 정치적 정복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토확장, 또 다른 하나는 정신적 정복 즉 바로 가톨릭정신의 전파였다. 그러나 사제들은 영혼의 구원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금덩이 같은 재물에만 눈이 어두워졌다. 타락의 시절이었던 것이다. 죽어가는 원주민 환자 옆에서 금덩어리를 저울에 올리며 미소를 짔던 사제들.
어느 사제가 과라니족 원주민이 사는 이과수폭포 위로 사명감을 갖고 오른다. 그리고는 보따리에서 피리같은 오보에를 꺼내 잔잔한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곧 피리는 두 동강이 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예수회 소속 가브리엘 신부와 친해진다. 한편 원주민 노예사냥꾼 로버트 드 니로가 역할을 맡은 멘도사, 악명 높던 사냥꾼. 사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남동생과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남동생과의 결투를 벌인다. 결국 동생은 죽고 허무해진 인생을 느낀다. 오랜 기간 곡기를 끊고 참회의 인생을 살게 되는데 바로 종교에 귀의하며 고행의 길을 걷는다. 그 동안 노예사냥에 사용했던 칼과 창과 고문기구 등을 등에 이고 이과수폭포를 오르면서 반성하고 또 회개한다. 그때 어린 사제로 리암 니슨의 모습이 몇 번 나오기도 한다.
이어 멘도사는 가브리엘 신부의 뜻에 따라 과라니족의 마을로 올라가 눈물로 용서를 빌고 봉사와 참회의 삶을 시작한다. 그런데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벌인 영토확장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원주민들에게도 다가온다. 멘도사는 원주민 편에 서서 그들을 지키고자 과감히 용병으로 나선다.
무력사용을 자제하려는 가브리엘 신부. 그러나 원주민을 지키는 일도 하나님의 숭고한 사랑 실천이라고 믿는 멘도사. 가브리엘 신부는 자신의 목걸이를 걸어주며 무언의 의지를 전한다. 그러나 중과부적, 원주민들은 총부리 앞에대부분 생명을 잃는다. 칼을 들고 싸운 멘도사도 죽음을 맞이하고 십자가로 맞선 가브리엘 신부도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 교황청에서 파견된 신부의 리포트 내용. “표면적으로는 몇몇 신부들과 과라니족의 멸종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죽은 건 저희들이고 그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겁니다.” 살아남은 몇명의 과라니족 아이들은 가족들의 시신을 뒤로 하고 정글로 사라지며 개울에 빠진 줄 끊어진 바이올린이 오버랩된다. 그러면서 화면 가운데 이런 자막이 뜨며 영화는 끝난다. “빛이 어둠을 비춰도 어둠이 이를 깨닫지 못하더라.”(요한복음 1장 중에서).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2016년 11월을 마치 거울의 맞은편처럼 투영하는 것 같다. 타락과 부패,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반성하는 상황, 잘못 없는 원주민에 대한 무한대의 실천적 사랑, 그리고 죽은 건 저희들이고 원주민은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는 현실인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많은 촛불이 거대한 빛이 되어 어둠을 비춰도 어둠의 존재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는 상황. <미션> 영화에서는 Mission이 ‘선교’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좀더 일반적인 광의의 개념으로 보면 ‘주어진 역할의 수행’이다.
끝으로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넬라 판타지아’는 이런 노랫말로 이어진다.
“환상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을, 밤이 되어도 어둡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을 봅니다.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과 인간사랑의 정신이 충만한 멋진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