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와 “수첩공주는 잠 못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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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홍주 공연프로듀서, 전 MBC프로덕션 제작사업실장] “공주는 왜 잠을 못 이룰까요?” 문화센터 수강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정답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라보엠’ ‘나비부인’ ‘토스카’ ‘마농레스코’ 등의 주옥 같은 작품에 ‘투란도트’까지 베르디에 이어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작곡가 푸치니가 있다.

‘투란도트’에 나오는 최고의 아리아 “공주는 잠못 이루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푸치니의 ‘니비부인’이 일본의 나가사키항을 무대로 그려졌다면 ‘투란도트’는 중국의 북경을 무대로 한다. 1926년 초연작품이니까 아직 100년이 안된 비교적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90년 남짓 이전의 서양인에게 비춰진 동양의 환상적인 얘기다. 막이 오르고 한 관리가 포고문을 읽기 시작한다.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이 낸 3가지의 수수께기를 맞히는 왕가혈통의 구혼자와 결혼할 거라는 내용이다.

1문제를 못 풀면 참수형이다. 페르시아의 어느 왕자가 참수형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칼라프는 이미 사라져버린 인근 국가의 왕자다. 그런데 멀찌감치 바라본 투란도트 공주의 미모에 넋이 나가고 한때 왕이었던 아버지와 그를 흠모했던 여시종의 반대를 무릅쓰고 퀴즈에 도전하게 된다.

드디어 궁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 시간. 과거에 자신의 가족(어머니 또는 언니)이 외국군대에 능욕을 당하며 죽어갔던 아픈 기억을 가진 투란도트 공주는 복수를 위해 난해한 문제를 내고, 문제를 못 맞힌 남자들에게 참수형이란 악독한 방법을 사용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풀어 보시기를….

문제1 그것은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개 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환상하는 갈망, 그것은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다.

문제2 불꽃을 닮았으나 불꽃은 아니며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르고 그 색은 석양처럼 붉다.

문제3 너에게 불을 주며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이것이 너에게 자유를 허락하면 이것은 너를 노예로 만들고, 너를 노예로 인정하면 그때 너는 왕이 된다.

<아시아엔> 독자들은 이 글 맨 뒤에서 해답을 보실 수 있다.

칼라프 왕자가 3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자 공주는 당황해하며 궁궐을 밤늦게까지 배회한다. 또한 왕자는 자기 이름이 뭔지 알아낼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도 던진다. 아버지 황제의 약속에 따라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싫은 공주, 과연 그 왕자는 누구일까? 왕자의 이름은 뭘까? 고민하는 공주, 그래서 공주는 잠을 못 이루게 되고 그 상황을 칼라프 왕자가 지켜보면서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Nessun Dorma’ 즉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란 곡이다. 흔히 ‘공주는 잠못 이루고’라는 의역으로 알려진 바로 그 곡이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독창회의 엔딩곡은 한결 같이 이 곡이다. 한석규 이제훈 주연의 영화 <파파로티>에서도 이 노래가 경연 참가곡으로 나온다. 10년 전쯤 영국의 어느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핸드폰 판매원 폴 포츠가 부른 것도 바로 이 노래다.

이어서 투란도트 공주는 황제의 대국민 약속을 어기고 결혼하지 않기 위해 칼라프 왕자의 아버지 티무르왕에게 고문을 가하고, 여시종 ‘류’를 간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바로 여기까지가 푸치니의 작곡이고 안타깝게도 대 작곡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한때 이 부분에서 막이 잠시 내리고 추모의 시간 뒤 다시 후배 작곡가가 마무리한 작품 속으로 이어서 들어가게 된다.

이후는 해피엔딩을 위한 적당한 마무리로 이어지는데 칼라프 왕자는 자신의 사랑을 열정적으로 호소하고, 이어 차가운 얼음공주의 마음도 점점 녹아 사랑의 마음을 연다. 그것은 참회의 눈물로 이어지고 투란도트 공주는 이 멋진 왕자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아버지인 황제에게 말한다.

“그분의 이름은 바로 ‘사랑’(Amore)입니다.”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하고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축복해주며 막이 내린다.

요즘 대한민국 수첩공주는 잠을 편히 못 이룰 것 같다. 이젠 더 이상 대통령의 수첩에 메모할 메시지를 전해주지 않기 때문 아닐까. 한때 지지층들에게 정치인으로서의 반듯하고 꼼꼼한 이미지를 전달했던 수첩. 최순실과 통화를 하면서 ‘계엄’을 ‘개헌’으로 잘못 받아적었다는 우스갯 소리의 수첩. 그리고 수첩에 적힌 몇 개의 단어를 단문의 문장으로만 바꿀 정도의 지적 수준을 의심케 했던 수첩. 정치인으로서 매우 기본적인 덕목인 토론이나 기자회견을 기피했던 이유가 수첩에 적인 몇몇 단어를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는 비아냥. 청와대는 이미 편히 잠들 공간은 아닌 듯싶다. 마치 오페라에서 얼음공주와 같았던 수첩공주 역시 불면의 밤을 보낼 것 같다.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못한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아무도 잠들지 말아라. 공주 역시 당신도 차가운 방에서 사랑의 희망에 떨고 있는 저 별들을 보고 있겠지. 그러나 나의 비밀은 나만이 알고 있으니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어두운 밤이여 밝아 오라. 반짝이는 별들이여 사라져다오”

해답

1번 희망 ?2번 피 ?3번 투란도트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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