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양희은①] 서강대 3년 같이 다닌 그들이 지금 만난다면?
[아시아엔=이홍주 공연프로듀서, 전 MBC프로덕션 제작사업실장, CJ E&M 음악사업부문 경영총괄 역임]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 초반, 서강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면 만나는 두 주인공이 있다. 박근혜와 양희은.
1969년 3선개헌 변칙통과, 1970년 전태일 분신자살, 1971년 실미도 탈출사건, 1972년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등의 암울한 사건의 연속인 시절이었다. 필자는 우선 양희은의 수많은 노래 가운데 ‘아침이슬’도 ‘상록수’도 ‘한계령’도 아닌 ‘아름다운 것들’이란 맑고 고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꽃잎 끝에 달려있는 작은 이슬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데로 데려갈까”(하략)
아직도 나는 양희은의 사이다같은 순수 영혼의 힘찬 목소리가 좋다. 몇 달 전 SBS 프로그램에서 ‘악동클럽’과 함께 부른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양희은과 박근혜는 52년생 동갑내기다. 10여 년 전 이런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시 경북 달성군에서 국회의원이 된 박근혜와 가수 양희은을 대비시킨 기사였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두 사람은 똑 같이 1970년 여고를 졸업한다. 박근혜는 성심여고를 졸업하고 그해 바로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고 양희은은 경기여고를 나와 1년 재수 한 다음 서강대 사학과에 진학한다. 박근혜가 양희은보다 대학으로는 1년 선배가 된다. 당시 서강대에 다녔던 ‘정한용’과 ‘문성근’은 한두 해 늦게 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 박근혜는 사학과를 가고 싶었으나 문과에서 과감히 이과로 전과를 해서 전자공학과에 갔다고 한다. 반면 양희은은 신방과를 갈까 사학과를 갈까 고민하다가 사학과로 가게 된다.
양희은은 1971년 대학 1학년 때 동갑내기 경기고 출신 음악인 김민기에게 멋진 노래 선물을 받는데 이 곡이 바로 ‘아침이슬’이다. 청아한 목소리를 담은 이 노래는 곧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로 자리잡는다. 당시의 양희은은 박근혜가 최고권력자의 딸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양희은은 “혹시나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볼까? 도시락엔 무슨 반찬을 싸올까? 어떤 옷을 입고 다닐까? 그리고 학생들이 데모를 하면 어떤 길로 학교를 빠져나갈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거의 마주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양희은은 “어느 날 점심시간에 먼발치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모습을 한번 본 게 전부라”고 했다. 몇 년 전 어느 인터뷰 프로그램에서는 몇몇 추억도 있다고 하는데 말을 무척 아끼는 모습이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