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스토리’와 백혈병③] 만성백혈병 환자의 구세주 ‘글리벡’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인의 10대 암 중 하나인 혈액암(血液癌)은 혈액-림프계통의 악성질환으로 급성 백혈병, 만성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이 해당되며 백혈병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백혈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흔히 앓다가 사망하는 병이다. 백혈병은 조혈(造血)기관인 골수(骨髓)의 정상 혈액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암세포로 전환되어 증식하면서 생긴다.

골수에서 만들어진 혈액세포는 혈액으로 방출되며, 혈액은 혈액세포와 혈장(血漿)으로 구성된다. 혈액세포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있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하며,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하여 싸우는 기능을 한다. 혈소판은 출혈 시 혈액이 응고되도록 한다. 골수에서 암세포가 자라게 되면 정상 조혈(造血)세포를 억제하여 조혈을 방해하므로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등이 나타난다.

사람은 총 46개의 염색체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요인에 의해 9번과 22번 염색체의 자리가 바뀌면 22번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BCR, ABL 유전자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암 유전자를 만들어낸다. 이 암 유전자는 세포와 혈소판을 비정상적으로 증식시키면서 병이 진행되며, 이것이 만성백혈병이다. 현재까지 유전자 위치 바뀜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발생원인의 5% 정도는 유기용제, 방사능 노출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혈병(leukemia)은 세포의 분화정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고, 세포의 기원에 따라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나뉜다. 백혈병은 흔히 급성 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급성 림프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만성 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만성 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등 네 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증상은 빈혈, 출혈, 감염 등이 흔히 나타나고, 전신 증상으로 발열, 쇠약, 피곤, 체중감소 등이 있다. 또한 잇몸 비대, 간 비대, 비장 비대, 뼈의 통증, 오심, 구토, 경련, 뇌신경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는 항암 화학요법이 근간이 되며, 백혈병의 종류와 진행 경과, 환자의 신체 상태 등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급성백혈병은 소아백혈병 대다수를 차지하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성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백혈병은 만성보다 유전변이가 수십 가지 이상으로 복잡해 치료가 어렵고, 항암치료나 골수이식 같은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백혈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으며, 조혈기관의 유전적 변이로 나타난다고 알려지고 있다.

급성백혈병의 치료는 골수 내 백혈병 세포를 죽이기 위해 관해유도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하며, 2-3주의 회복기간을 거친 후 골수검사를 시행하여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이고 정상 혈액수치를 보이면 완전관해를 확인하게 된다. 관해가 성공했다고 해서 치료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므로 실질적인 완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공고요법으로 여러 차례의 항암화학요법과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등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만성백혈병은 급성백혈병과 다른 치료를 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의 이상에 의하여 발생하며, 치료방법에는 글리벡, 부설판, 하이드리아 등의 경구용 약제 투여와 인터페론 주사, 조혈모세포이식(autologous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필라델피아 염색체 재배열작용을 억제하는 글리벡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또한 환자마다 약물반응과 질환의 진행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반응경과와 환자의 전신상태에 따라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만성백혈병의 발병률은 전체 성인백혈병의 15% 정도이며,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평균 발병연령은 45세 이상이다.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나오기 전까지는 만성이 급성보다 생존율이 더 낮아 골수이식을 받지 못하면 거의 사망하였다. 그러나 글리벡이 등장하여 지금은 만성백혈병의 생존율이 더 높다.

Glivec_400mg

글리벡(Gleevec)은 1999년 스위스의 노바티스(Novartis)사에 의해 개발된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1년 5월 신약 승인을 했다. 이 약은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세포성장 조절효소(Bcr-Abl 타이로신 인산효소)의 활성을 저해하여 조혈모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소아(小兒)백혈병은 대부분 급성백혈병이며, 그 중에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75%, 급성골수성백혈병이 20%이며, 급성 미분화성백혈병은 0.5%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成人)의 백혈병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이 50%가량을 차지하지만 소아에서도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백혈병을 비롯한 소아암(小兒癌)은 원인이나 위험인자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발병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유전(遺傳)요인은 일란성 쌍생아(雙生兒) 중 한 명이 백혈병일 경우 다른 한 명이 백혈병에 이환될 확률이 약 20% 정도이며, 백혈병을 앓는 부모를 둔 자식의 경우는 보통 아이들보다 약 4배 정도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다운증후군’같이 염색체 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은 백혈병의 이환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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