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스토리’와 백혈병②] 금강약국 윤홍중 약사와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 경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1959년 졸업하고 해군에 입대해 약제관(藥劑官)으로 복무하다 1970년 소령으로 예편한 윤홍중 약사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금강약국’을 열었다. 금강약국은 의약분업 실시 전엔 명절을 제외하고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아픈 사람들의 벗이 돼주었다.
윤홍중 약사는 평생 모은 재산 중에서 8억원을 서울대학교 장학금으로 2015년 기부했다. 필자가 윤홍중 약사를 직접 만난 것은 지난해 8월 25일 ‘서울대총동창회 장학금 수여식’과 수여식에 앞서 서울대 서정화 총동창회장이 ‘특지장학회’ 기금 출연자들을 초청한 오찬 모임 자리에서였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동행한 윤 약사 아들과 사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홍중님이 자신과 부인의 성을 따서 설립한 ‘윤이금강장학회’는 매년 10명 안팎의 약학대학생과 공과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한다. 그는 2014년 10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2015년 12월4일 팔순을 꼭 3주 앞두고 별세했다. 서울대총동창회(회장 서정화)는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장례에 필요한 지원을 했다.
한편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 여직원이던 황유미(당시 22세)씨가 급성(急性)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 이후 백혈병이나 암이 생긴 전현직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잇달아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9년 가까이 진행돼 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근무자의 백혈병 등 발병 문제는 크게 ‘사과’ ‘보상’ ‘재해 예방 대책’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문제의 조정 당사자 3주체(삼성전자, 삼성전자 백혈병(白血病)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반도체(半導體)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대표가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 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지난 1월 12일 서명했다. ‘재해 예방대책’은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추가로 직업병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ㆍ감시하는 옴부즈만(ombudsman)위원회 구성 등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사내 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는 안(案)을 제시하였으며, 자체 심의를 거쳐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실제로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직원은 7명이지만, 삼성으로부터 보상을 받은 직원은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다. 또한 회사 대표이사 이름으로 된 사과문도 전달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산재인정과 책임을 인정하는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