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와 한랭질환②] 저체온증 예방과 치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저체온증(hypothermia)이란 임상적으로 직장(直腸)이나 방광(膀胱)에서 측정한 중심체온(심부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구강(口腔)이나 겨드랑이에서 체온계로 측정한 것은 정확한 중심체온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개 항문 온도를 측정한다. 저체온증은 인체의 열생산이 감소되거나 열소실이 증가될 때 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초래된다.
중심체온이 섭씨 36도이면 추위를 느끼며, 35도 몸떨림 발생, 34도 술 취한 듯한 비정상적인 행동, 33도 근육강직, 32도 심신허탈, 31도 의식장애, 30도 무의식(통증자극에 무반응), 29도 맥박 및 호흡 저하, 28도이면 심폐정지(무호흡)가 되므로 심폐소생술(흉부압박 및 인공호흡)을 시행하여야 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에 따라 경증, 중등도, 중증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눈다. 경증(輕症)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섭씨 33-35도인 경우를 말하며, 떨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기모근 수축현상이 일어난다. 피부혈관이 수축하여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청색을 띠게 된다. 기면(嗜眠) 상태에 빠지거나 자꾸 잠을 자려고 하며, 발음이 부정확해지기도 한다.
중등도(中等度)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섭씨 29-32도인 경우를 말하며, 의식 상태가 더욱 나빠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 떨림은 멈추고 뻣뻣해지며 동공(瞳孔)이 확장되기도 한다. 중증(重症)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섭씨 28도 이하가 되어 치명적인 부정맥(不整脈)이 유발되어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는다.
저체온증 원인은 한랭 노출 등의 환경적 요인이나 외상(外傷),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질환 등으로 인하여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환경성(環境性) 저체온증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나타난다. 특히 옷을 충분히 입지 않고 비에 젖거나 바람을 맞으면 위험하다.
대사성(代謝性) 저체온증은 다양한 내분비계 질환에서 기인하며, 인체 대사율이 감소하여 발생한다. 저혈당 발생시에도 저체온증이 동반될 수 있으며, 뇌손상이나 뇌종양,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도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켜 열발산을 증가시키고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여 추위에 둔감해 지므로 저체온증이 생기게 된다.
요즘 도시에서는 노숙인들이 추위로 인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스키, 등산, 스쿠버다이빙 등의 야외 스포츠 활동의 빈도가 늘면서 저체온증 환자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음주(飮酒)를 하면 중추신경계의 기능을 저하시켜 사지 끝부분의 혈관확장을 유발하여 복사에 의한 열손실이 크게 증가하여 저체온증을 유발한다.
저체온증 치료는 크게 일반적인 대증요법과 재가온 요법의 두 가지로 진행한다. 젖은 옷은 빨리 제거하고 따뜻한 담요 등으로 따뜻하게 감싸주며, 흡입되는 산소와 수액은 가온(加溫)된 것으로 공급한다. 재가온 요법은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 저체온증 환자를 옮기거나 치료하는 과정에서 심실세동 등의 부정맥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한 중등도 이하의 저체온증은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중증 저체온증의 경우에는 50% 이상의 사망률을 보인다. 합병증으로 흡인성 폐렴(肺炎), 동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하여 추운 날에는 옷을 충분히 두껍게 입어 체온을 유지하고, 산행이나 야외 활동 시 알코올 섭취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