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계 조선해양산업 현황과 한국 조선의 글로벌 리더십

[아시아엔=황성혁 황화무역 대표] 한국언론은 우리 조선산업에 종말이 온 듯, 이 소중한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필자는 언론이 보는 반대쪽에서 한국의 조선산업을 조명해 보려 한다. 단기적 명암은 있으나 보면 볼수록 듬직한 모습이다. 세계의 조선산업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조선은 건강하다. 물론 문제점들을 안고 있으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현재 이 산업을 짓누르고 있는 몇 개의 문제점을 짚어 보자.

첫째, 국제유가의 하락, 중국 경제에 대한 불신, 선박 수급의 불균형으로부터 오는 불확실성이다. 회고해 보면 우리가 확실성 위에서 기업을 영위해 본 역사가 없다. 불확실성은 기업이 함께하는 파트너이며 실제로 다음 도약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둘째, 한국의 조선소들이 직면한 기록적 적자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이 불황이 오기 전 조선소들이 누렸던 엄청난 흑자다. 그 흑자는 이 정도 적자를 이겨낼 수 있는 확실한 체력으로 조선소들의 뼛속에 비축되어 있다. 이 적자는 조선소가 스스로 노출시킨 듯한 인상을 받는다. 호황기에 방만해진 기업조직과 문화를 추스르기 위한 구실로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해양프로젝트에 대한 오해다. 프로젝트는 산업전체를 거덜낼 원흉처럼 경원되고 있다. 해양프로젝트는 반드시 지켜내야 하고 우리는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들의 진행방식이 EPC(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이라는데 있다. 선박건조와 달라 단계별로 사양의 변화가 많고 발주자의 간섭이 있기 마련인데, 이것이 유가하락과 연관되어 마켓 클레임(Market Claim)으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조선은 이러한 마켓 클레임에 맞설 수 있을 만큼 목소리도 크며 주먹과 힘도 갖추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사양의 표준화와 계약서의 표준화 등이 이루어지면 앞으로 다가올 해양시대에서 한국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시장은 부침을 반복하기 마련이고 막다른 벽에 부딪쳤는가 하면 스스로 틈새를 마련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2003~2008년 계속된 호황은 풍선처럼 마냥 부풀어 오르다가 2008년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 파산으로 터졌다. 그때 조선을 살린 것이 해양프로젝트다. 유가의 폭락은 해양프로젝트마저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낮은 유가는 콘탱고(Contango) 특수를 낳았고 유조선의 신조수요를 불러왔다. 콘탱고 특수란 주식시장에서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게다가 국제해사기구(IMO)의 NOx(질소산화물) tier Ⅲ는 선박의 발주를 앞당겨주어 초조하기만 했던 조선소들의 허기를 덜어주었다.

콘탱고 수요도 끝나고 IMO의 NOx 제한 조처도 풀리는 내년에는 어떨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또 틈새가 마련될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를 앞세워 LNG선 수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003~2008년 호황은 조선업계에 엄청난 팽창을 불러왔지만 오직 한국 조선소만이 그 실질적 혜택을 보았다. 중국은 2008년 약 3000개의 조선소가 등록되어 있었으나 금년 단 한 척의 배라도 수주한 조선소는 40개 미만이다. 아직은 자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일본은 지금 소위 아베노믹스의 혜택으로 호황을 누리는 듯하나, 조선소의 수용능력이 작고 기술인력의 부족으로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의 조선 해양산업을 지켜낼 마지막 보루다. 거친 해양 프로젝트 발주자들이 한국조선소와 사양표준화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 조선이 쓰러지면 그들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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