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 어제와 오늘④] 종교발전포럼 같은 대화의 장 많아져야

koref

[아시아엔=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종교인과 성직자들이 어느 종교를 망라하고 권위주의를 지향하다는 점에서는 유교적이다. 그래서 종교는 다르지만 위계질서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모두 하나의 종교다. 모두 유교적 위계질서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한국의 종교다.

기독교든 가톨릭이든 불교이든 마찬가지다. 장로와 담임 목사, 주교 및 신부의 위계질서, 성직자와 신자의 위계질서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다. 한국불교는 불자들에게 승려에 대해 3배를 하도록 한다. 진정한 존경심에 의해 스승에게 예를 올리는 것은 종교에서 자연스런 모습이긴 하지만, 존경과 상관없이 나이를 막론하고 나이 든 신자들이 젊은 승려에게조차 3배를 하도록 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이제 한국 종교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먼저 기독교다. 기독교 장점으론 실천력과 역동성으로 변화를 주도한 점을 들 수 있다. 또 기독교의 전세계 한인교회들은 해외 이주 한인들, 즉 한인공동체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기독교의 단점을 무엇인가? 그것은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분단정책과 특혜로 급성장했기 때문에, 통일이나 남북화해와 같은 정치적 변화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또 무속과 결합한 기복적 경향이 심하고, 성직자들의 부패로 이미지가 추락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다음은 불교다. 장점은 구체적인 수행 명상법을 갖고 있어 실제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치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현대사회의 욕망과 적자생존을 넘어선 대안제시를 해줄 수 있다.

반면 공동체성보다는 개인의 자유만 중시하는 이기적 자폐주의에 갇혀 있다. 스님들은 공동체적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자유방임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아울러 천부인권을 도외시해 불자들에게 3배를 강요하는 등 권위주의에 의한 전근대적 경향이 남아있다.

가톨릭은 어떤가?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에 비해 중앙집권적 관리시스템에 의해 상대적으로 청렴과 도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회정의에도 높은 관심과 참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절대주의와 제국적 승리주의로 인해 지역적 정신문화를 압살하고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다.

끝으로 원불교·천도교 등의 장단점은 어떤가? 원불교의 경우 잘 훈련된 성직자들에 의해 성실하고 正道에 의해 민족종교로 정착했다. 천도교는 근대 최초의 민족종교로서 유교와 불교 등 기득권화한 구종교의 폐풍을 일소하고 민중들을 깨워 동학혁명과 3·1운동 등으로 근대화의 첫새벽을 열었다. 하지만 탄생 100년에 불과하지만 모범적인 것만큼 교조적인 성향도 강해 시대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도교 역시 구한말 시대변화를 주도하면서, 사회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 종교 본연의 수행과 심리적 측면이 소홀해져 대중들과 멀어져왔다는 평가가 있다.

그럼 한국종교의 숙제는 무엇인가?

1. 지구의 마지막 이데올로기 대결장이자 분단국가로 세계 주요 종교들의 대결장인 한국에서 인류 화해의 시험대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2. 변화하지 않은 종교가 지속된 적이 없다. 장점을 수용하고, 변화할 것인가. 공자는 3인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배울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진리를 가지고 있는 이웃종교들이 있는데 그들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진리를 더욱 굳게 하고, 내공을 키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배움의 더할 수 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3. 8년전 다종교인들의 공부모임인 ‘환희당 포럼’을 만들어 기독교 목사, 천주교 신부, 불교 스님, 원불교 교무, 도교인, 유교인, 심층심리학자 등과 함께 매달 공부를 해오고 있다. 환희당모임이나 종교발전포럼처럼 극단으로 치닫기보다는, 벽과 벽을 쌓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서로 만나고 배움으로써 우리는 고유의 삼태극처럼 양극단을 넘어선 새로운 문명을 낳아 인류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끝)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