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 어제와 오늘②] 다종교 국가의 배타적·근본주의적 신앙 과연 바람직한가?

7대 종단이 참여하는 이웃종교화합주간은 종교간 이해와 화합,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유엔이 여는 행사로서 국내에서는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주관으로 지난 2013년 처음 열렸다.

[아시아엔=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한국은 세계 유일의 다종교국가다. 유럽과 구미는 기독교, 중동은 이슬람, 동남아시아는 불교, 인도권은 힌두교 등 주류종교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은 기독교(개신교), 가톨릭, 불교, 그리고 문화와 관습의 무속과 유교가 정립해 있는 다종교사회다.

아시아권에선 한국 말고 인도 정도가 다종교 국가로 꼽힌다. 인도는 2차대전 이후 힌두교의 인도와 이슬람의 파키스탄으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인도는 힌두교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이슬람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도는 사실상 힌두교가 지배종교다. 인도와 파키스칸의 국경지역인 카슈미르 지역뿐 아니라 인도 곳곳에선 힌두교와 이슬람의 분쟁으로 폭탄테러 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 유대인과 무슬림이 대치하는 팔레스타인 등 다른 종교인들이 부딪치는 지역은 거의 예외 없이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종교간 화해의 모습은 놀랍다. 한국(남한)의 종교별 인구(2005년 통계청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4700만 인구 가운데 기독교가 1375만(개신교 861만명, 가톨릭 514만명), 불교가 1072만명이다. 한국에서 자생한 고등종교인 원불교도 수십만명의 신자들을 두고 있다. 또 유교는 조직으로서 종교로서는 사실상 명멸했지만,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비롯한 맹자 등 현자들과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율곡 이이 등 선비들의 정신 사상은 문화로서 한국인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아닐 수 없다. 지폐에 등장한 인물들이 신사임당(5만원권), 세종대왕(1만원권), 율곡 이이(5천원권), 퇴계 이황(1천원권)으로 모두 유가의 인물인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저마다 신자나 조직과 문화적 힘을 지닌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각 종교는 가장 근본주의적이고 배타적이다. 기독교는 근대 평양에서 크게 부흥하면서 평양을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한국을 유대인, 이스라엘 민족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가장 배타적인 성향을 보인다.

불교 역시 지금도 200여개의 선방에서 1년 중 절반을 두문불출 수행정진하며 가장 열심히 정진하며 수행법에서도 비타협적이고 배타적이다. 가톨릭도 유럽의 성당과 수도원이 비어가고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열광적인 신앙 열정을 보여준다.

한국의 종교들이 지금까지 대체로 사이 좋게 지낸 것이 각 종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변한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의 종교들이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심층에 이른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않다. 유교의 경우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조선의 성리학은 지고한 인간 정신을 탐구해 오히려 본토인 중국에서보다 심층적인 부분에 천착했다. 선불교의 경우도 중국에서는 공산화, 문화혁명과 같은 근현대 격변에 의해 수행전통이 거의 사라졌다.

또 일본의 仙(젠)은 ‘형식화’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지금도 1천년이 넘는 사찰들에서 매년 겨울(동안거)과 여름(하안거) 두차례 90일씩 오직 참선만을 하는 집중 수행기간을 갖는다. 이 안거 기간에는 전국 200개 가량의 선방에서 2천여명의 승려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간 중 1주일간은 단 한숨도 자지 않는 ‘용맹정진 수행’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대승사 선방에서는 21일씩 등을 바닥에 대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을 한다.

가톨릭의 경우 18세기에 조상에게 상을 차리고 경배하는 유교적 제사의식을 거부해 1만여명이 순교를 당했다. 그 뒤 가톨릭은 제사의식을 전통적인 문화로 존중해 수용하는 유화책을 폈다. 그렇다고 가톨릭의 고유성이 퇴색한 것은 아니다. 1만명이 넘는 순교자를 낸 종교답게 순교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가톨릭교인들의 신앙심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신부와 수녀 감소에 직면하고 있고, 냉담자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한국 가톨릭은 그렇지 않다. 한국 가톨릭 성직자 지원자수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또 수도 서울에만도 226개의 성당이 있는데, 대부분의 성당엔 주일이면 3천명 이상이 미사를 드릴 정도로 신앙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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