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사’와 한국의 ‘선비’가 맞붙는다면?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맹가는 추인鄒人이다. 공자는 노魯나라 사람이다. 그래서 추로지향鄒魯之鄕은 성인이 나온 곳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추로지향은 어디일까? 인조반정 이후 정권을 잡은 노론의 영수 송시열은 조선을 통해 가장 높이 추앙받았다. 송시열을 높여서 송자宋子라고 하였다. 괴산은 송시열의 고향이다. 괴산에는 화양동서원이 있고 임진왜란 때 조선에 출병한 명의 신종神宗을 모신 만동묘萬東廟가 있다.

송시열을 모신 화양동서원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화양동서원에서 발행하는 묵패는 일종의 고지서였는데 누구도 거역하기 어려웠다. 서원은 유생들의 아성牙城이었다. 중국이 조선에서는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하다고 한 것은 이 시절을 말한다. 흥선이 불우하던 시절 만동묘에서 모욕을 받고 대원군이 되자 전국에 42개만 남기고 서원을 철폐하게 된다. 취

풍기의 소수서원은 주세붕이 세운 최초의 사액서원賜額書院이다. 풍기에는 선비문화원이 있는데 선비의 고장이라 자부하는 경상북도 북부에서 선비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고 오늘날에도 아취雅趣를 가장 깊숙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오늘날에 풍기야말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 할 만하다. 풍기에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도 있다. 소백산을 끼고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있는 영주시 풍기는 반드시 가볼만하다.

성균관 대성전에는 동방 18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한반도에 유학이 들어온 이래 가장 우뚝했던 분을 모신 것인데 대부분 성리학의 나라 조선의 인물들이다. 그들 말고는 신라의 설총, 최치원, 고려의 안향, 정몽주 밖에 없다. 조선에서는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다 조선에서는 대제학 한 분이 정승 셋과 맞먹고 문묘에 배향된 한 분은 대제학 셋을 넘어선다고 하였다.

조선이 1392년 태조의 건국으로부터 1910년 27대 순종의 망국에 이르는 518년 동안에 문묘 배향된 분은 열네 분이 나왔으니 임금 두 분에 문묘 배향 한 분인 셈이다. 이처럼 문치주의 조선에서 문묘 배향은 최고의 영광이었다.

성리학은 송宋나라에 이르러 정명도, 정이천이 개척하고 주희朱熹가 집대성하였다. 주희를 주자朱子로 높여 부르는 소이다. 유교는 한漢의 무제에 이르러 통치철학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고도의 철학이라고 할 만한 점이 부족하였다. 송宋에 이르러 불교의 영향을 받아 철학을 갖춘 것이 성리학이다.

조선에서 성리학을 체계화한 것이 퇴계 이황李滉의 성학십도聖學十圖인데 유교는 이때 형이상학形而上學이라고 할 만한 차원의 내용을 갖추었다. 불교가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와 금강삼매경론으로 정치화精致化된 것과 같이 이황은 한국을 대표할만한 사상가다. 일본은 임진왜란 후 퇴계를 받아 들였는데 명치유신 후에는 교육칙어敎育勅語의 바탕이 된다. 지금도 퇴계학이 가장 융성한 곳이 일본이다.

문묘 배향은 학식과 인품에서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려니와, 권력의 배경도 중요하였다. 광산 김씨 집안에서 김장생에 이어 김집이 나오고, 노론의 영수 송시열에 이어 송준길이 거의 연이어 나온 것은 이를 보여준다.

일본은 무사,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고 한다면 한국은 선비의 나라다. 문묘에 배향된 분들의 면모를 자세히 살피고 이를 자손에 교육시키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군사평론가; 육사 28기, 국방부 군비통제관,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