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알파고의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아시아 화폐 속 어떤 인물이?


[아시아엔=김혜린 인턴기자]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그 나라 화폐다. 대부분 화폐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이들 인물은 그 나라의 자유와 독립,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영웅들이자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적 환경을 알 수 있다.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헤이북스) 저자 알파고 시나씨 아시아기자협회 팀장은 아시아와 아메리카 등 14개국의 화폐를 탐구해 시대를 변혁시킨 52명의 영웅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100달러 속 벤저민 프랭클린부터 매우 생소한 투르크메니스탄 1마나트에 들어 있는 투우를 베이까지 화폐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을 분석했다. 알파고 시나씨에 따르면 이들 화폐 속 모델들은 차별·탄압·폭정·침략·독재에 맞서 역경을 도전의 기회로 삼고 생명·자유·평화·행복의 새로운 미래사회 건설을 위해 시대를 변혁시켰다.

저자에 이끌려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인생뿐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경제·문화 그리고 역동적인 사회변화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종국엔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총체적인 근현대 세계사를 저절로 그려볼 수 있게 된다.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라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인물들은 그 나라에서 ‘기억하기로’ 선택한 인물들이다. 많은 나라를 다루고 있지만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는 정작 대한민국의 화폐는 다루고 있지 않다. 저자 알파고 시나씨는 “자유·독립·건국·민주주의에의 투쟁 영웅들 위주로 책을 쓰려고 했는데 한국 화폐에는 거기에 해당하는 인물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화폐에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다. 한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긴 하지만 근현대사가 아닌 조선시대 인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는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의 화폐 속 인물들만큼이나 차별·탄압·폭정·침략·독재에 맞서 싸운 훌륭한 영웅들이 존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인내심을 화폐를 통해 항상 내 손 안에서 가깝게 느꼈다”는 저자의 서문은 우리에게 또다른 메시지를 전해준다. 현재 통용되는 한국 화폐 속 인물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혹은 우리가 오랜 세월 겪어온 정파성에 의해 우리 스스로 당당한 선택을 주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은 화폐 속 인물을 통해 우리가 닮아야 할 롤 모델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