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과 박정희 그리고 ‘핀란드 국부’ 만넬하임 장군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일본군에 있으면서 창씨개명도 하지 않은 이종찬 장군을 단순히 친일군인으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극악한 일제 치하에서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였을 때 동아일보에서 일장기를 말살하여 민족의식을 일깨운 사건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항일운동이었다.
핀란드의 국부 만넬하임 장군은 원래 러시아 기병 중장이었으나 핀란드 독립전쟁에서 러시아군 강약점을 잘 알아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핀란드는 만넬하임의 자취를 잘 보존하여 관광객에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핀란드의 강고한 독립의지를 러시아에 무언으로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민족이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이냐는 것은 미래를 건설하는 기준이 된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내일을 사는 후대의 앞길을 막아서지 말아야 한다.
유태인은 수천 년 역사를 오늘에도 살리고 있다. 성경에는 출애급도 생생히 녹아 있다. 유태인의 힘을 단순히 뉴욕 증권시장에서 발휘되는 금력이나, 노벨상 수상자 숫자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유태인에게 역사는 그대로 살아 있기에 무서운 것이다. 반면에 역사를 활용하지 못하는 민족은 보잘 것이 없다.
지성인 가운데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없다. 역사 속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는 정치인들이 이 책을 흔히 들먹이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종찬 장군이 일제하에서 창씨를 거부하고 작위도 받지 않은 의의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 이종찬이 한때 유정회 의원이면서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뜻을 알아야 한다. 이종찬 장군의 박정희에 대한 최대 항거의 표시였다. 박정희도 참군인 이종찬 장군에 불만을 표시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