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자식의 안위보다 국민이 우선”···앤드류 왕자의 포클랜드전쟁 참전

포클랜드전쟁에 해군조종사로 참전한 앤드류 왕자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국 유학중 아들이 태어났다. 자신이 6남1녀 중 장남으로 본래 아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첫 아이를 본 아버지로서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는 가운데 특히 “아이가 미국 시민권자가 될 수 있으니 더욱 축하한다”고 했다. 또 “부모에게도 복이 될 것”이라면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출생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 국적법에 따라, 우리 아이는 우선 ‘birth certificate’를 받게 되고 18세가 되면 한국에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모는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의 초청에 따라 영주권 획득이나 미국 입국이 훨씬 쉬어진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무진 애를 쓰던 당시 주변의 교민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나의 입장과 태도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으나,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장교가 아들을 미국시민으로 만든다? 안 되지, 이유를 묻기 전에 이것은 칸트가 말하는 직관적 도덕률(直覺的 道德律)에 어긋나는 일이다. birth certificate? 아빠가 미국 유학중에 낳았다는 하나의 선물(souvenir)이나 기념품으로 간직하겠다는 조용한 미소로서 그 분들께 답하던 생각이 난다.

나의 아들 정근(正勤)은 이름대로 과연 정직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나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국내 유수기업에서 매우 도전적인 일을 배우면서 세계를 상대로 호흡하고 있다.

군복무 시절에는 소대장, 대대 작전장교, 연대 인사장교라는 학군장교로서는 드문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100km 행군을 비롯하여, 훈련이 힘들기로 정평 나있는 8사단에서 단련된 아들의 기상과 포부는 장군인 아빠가 보기에도 늠름하고 든든하다.

아들 병역을 면해주기 위해 미국에 원정출산을 간다는 아낙과 이를 함께 궁리하고 있는 애비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종종 떠있는 것을 보니 이런 일들이 전혀 낯설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로마가 천년을 지탱한 근간인 군단(legion)은 로마시민만으로 이루어졌다. 로마인에게 병역은 의무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였다. 포클랜드전쟁에서 앤드류 왕자를 전장에 내보내기에 주저하지 않는 왕실이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국민이기에 대영제국은 오늘날에도 의연한 國格을 유지하고 있는 아닌가?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상식이요 도리가 되어야 한다. 군복무를 하지 않아 평생을 두고 젊었을 때의 군생활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피해 다니는 소외자를 만드는 것은 부모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진정으로 아들의 긴 일생을 두고 볼 때, 과연 어느 길이 현명하고 바른 판단이요 행동인가를 부모로서 성찰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선진사회란 다른 무엇보다도, 사회의 기본규준基本規準이 굳게 서있는 ‘삶의 질이 높은 사회’를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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