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그 5천년의 생얼⑭] ‘빚노예’로 떨어지는 함정들···인도네시아 투계·인도 결혼 초야권에 위안부할머니까지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사실 국가라는 지역 내의 유일한 권력이 유일하게 화폐를 발행하는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지만, 거의 모든 인간 사이에서 서로 간에 발생하는 부채를 화폐로 표시하도록 허용하고 채권자 대신 채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주는 곳이 되었다. 즉 빚 대신 받아주는 채권추심 대행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깊은 의미에선 사유재산권 보호도, 화폐로 표시되었을 경우에 국가가 개입하여 보호해주는 것이다. 화폐가 폭력에 의해 발생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부채가 화폐로 표시되면서 그만큼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국가폭력을 차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게 근현대 사회의 화폐와 빚과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늘 주장하는 ‘화폐의 폭력기원설’ ‘부채의 폭력화폐 기원설’의 핵심내용이다. 난 정말 그렇게 믿는다.
3. ‘화폐의 폭력기원설’ ‘부채의 폭력화폐 기원설’의 의미
국가는 폭력으로 화폐를 발생시키고, 화폐의 발생으로 빚은 폭력화하고, 이에 따라 채무자는 궁극적으로 노예가 된다.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누가 빌리라고 했나? 누가 갚지 말라고 했나? “앞뒤 생각해서 빌리고, 생각해서 갚지 않은 것은 노예로 자발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한 사회에서 상당수의 노예는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다. 좋다.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수많은 국가의 경우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노예의 수는 그 사회가 필요로 했던 노예의 숫자를 채우기엔 턱도 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주변국을 점령하여 노예를 잡아오거나 아니면 자국내에서 노예를 발생시켜야 했다.
위에서 든 몇 가지 예, 창녀촌의 포주가 경영하는 생필품가게, 광산촌의 회사에서 경영하는 필수품가게와 유사한 예를 몇 개 더 들어보자.
(1)인도네시아 발리는 역사적으로 왕의 주 수입원이 자국민을 외국에 노예로 팔아치우는 것이었다. 어떻게 노예를 만드느냐? 투계(닭싸움)를 왕실에서 전 사회적으로 장려하여, 투계에 탐닉하여 패가망신한 농민들과 그 가족으로 노예로 만들어 외국에 팔았다. 그런 왕실을 무한히 존경하고 순복하는 백성들은 도대체 뭐냐며 따지는 사람들 역시 갚은 식으로 몰아버리면 그런 사회는 수백년도 간다.
(2)인도의 대부분 전통사회에서는 결혼식을 심지어는 한달씩 하기도 하는데, 그 결혼식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농민 상당수는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의 초야를 채권자에게 바친다. 채권자가 싫증이 나면 그 후 3-4년간을 벌목장 광산 등에서 매춘을 해야 했다. 물론 그 매춘업소는 채권자의 소유다. 이런 일을 하지 말자는 운동을 하면, 전통을 깨부수는 위험한 놈이라고 몰아서 죽여버린다. 그러면 이런 전통은 수천년도 간다.
일제시대의 정신대 위안부는 일제의 악마적인 음모가 있었다. 폭력적으로 강제로 끌고 간 위안부도 많았지만, 악마적인 트릭을 써서 끌고 간 위안부도 많았다. 소작인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고 곡물을 고율의 소출물을 지주들에게 바치도록 한 뒤, 가난하디 가난한 그 가정의 아이들은 그래도 교육만이 살길이라며 모든 것을 다 희생하여 학교로 오는데, 그 딸들에게는 우리 삶은 우리가 개척하자. 지나(중국)로 가서 간호사 공부를 해서 부모에게 신세지지 말자, 오히려 우리가 부모에게 돈을 부치자, 이제는 여성들도 자기 인생을 자기가 개척하는 거야, 라고 선동하여 많은 자원자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의 집단 강간과 반복 폭력으로 인간성을 말살시킨 후, 그 여성들을 고기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거다. 원래 인간이란 원천적으로 그렇게 악하다.
(3)나는 근대에 들어서는 ‘집’(‘차’도 어느 정도 해당됨) 가지고 노예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월스트리트에 취직하면 월급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분위기상 비싼 집과 차를 모기지를 내서 사게 만든다. 그러면 그 집의 모기지를 갚기 위해 노예가 되고 만다. 나는 “신자유주의는 한마디로 모든 사람에게 집을 가져야 된다고 믿게 하는 것이 그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하우스푸어 사태, 가계부채 사태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노예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의 종결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집을 사게 하고, 엄청나게 부채를 많이 지도록 하고 나서, 슬쩍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누구 한 사람의 음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꼭 그런 듯이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