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그 5천년의 생얼⑫] 돈과 빚은 폭력적 권력서 비롯···학자들 “물물교환시 불편 때문”으로 왜곡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앞에서 필자는 다음 세 가지에 맞춰 글을 전개해 왔다. 첫째 서론격으로 “Graeber라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다”을 거쳐, 둘째 “우리 채무자들도 좀 살아보자” 그리고 셋째,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너희는 돈을 (우리 사제 계급에게 기쁘게 갖다바치는 거룩한 행위를 통해서) 초월해야 돼!’로 요약된다”가 그것이다.

앞의 세 글은 대부분 내 이야기가 아니라, Graeber의 이야기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 달리 내 자신의 주장을 펼치려 한다. 여기서 잠깐, 그래버는 무척 장난기 있게 생겼다. 이런 사람에게 기독교와 불교 이야기를 시켜보면 무척 재미날 것 같다.

원래 학문이란 그런 거다. 그럴 듯 하게 생긴 사람에게 그럴 듯한 이야기를 시켜보는 거다. 그러면 그걸 받아서 그럴 듯하게 푸는 재주가 있으면 그게 바로 큰 학자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서로 혹은 최소한 책을 통해서라도 소통하는 것이 인생의 크나큰 즐거움이다.

나는 그레이버를 곧 만나보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도 초청해 강연도 부탁해볼 생각이다.

Graeber가 아직 거기까지는 진도가 나간 것 같지 않아, 내가 많은 이슈들에 관해서 그의 의견을 소개하기 보다 그가 내렸어야 할-그러나 내리지 않은-결론들을 내가 결론지으려 한다.

성질 급한 사람이 술 값 먼저 낸다고, 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1. 화폐폭력 기원론

“돈과 빚은 원천적으로 경제현상이 아니라 권력현상이며 폭력현상이다!”

자, 결론을 한번 뒷받침해 보자. 돈은 어떻게 생겨났나?

경제학 교과서의 백이면 아흔아홉 아래 이야기를 한다.

“물물교환을 하려니 너무 어려움이 많아서 화폐가 나온 거야”

그런데, 이건 ‘웃기려고 하는 웃기는’ 이야기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물물교환으로부터 화폐가 발생한 적은, 경제학 교과서 이외에는 한번도 없었다. 역사적 증거, 인류학적 증거 하나도 없다. 사람들은 물물교환에서 발생하는 불편은 그냥 신용경제로 풀었다.

김서방이 있고 박서방이 있다고 하자. 박서방이 닭이 필요하다 그러면 짚신 5개와 바꾸는 게 아니라, 박서방은 그냥 닭을 가져간다. 내년에 김서방이 짚신이 필요하면 박서방이 만든 짚신을 그냥 가져온다. 그게 이웃이다. 그리고 그런 이웃관계를 지키는 것에 공동체가 엄청난 노력을 한다. 도덕도, 윤리도, 품격도 도입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결코 화폐가 발생하지 않는다. 교환이 불편하면 도덕과 사회규범이 발생하지 화폐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 그랬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얌체 짓을 해? 예를 들어 닭을 올해 가져가고 내년에 내게 아무것도 안 해준다? 그러면 그 얌체는 지역사회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다. 화폐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역사적, 고고학, 인류학적 결론 겸 사실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물물교환으로부터 좀 더 편리하기 위해 화폐가 발생한 적은 없다. 화폐는 그 발생이 원천적으로 다각도로 폭력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

거의 모든 화폐는 아래의 경로로 발생한다. 첫째 전쟁을 한다. 군인들에게 급료를 주어야 하고, 군수품을 동원해야 한다. 의용군도 있지만, 급료를 주지 않으면 이들은 곧 무너진다. 군인들에게 뭔가로 만든 XX를 공급한다. 벌써 추측하겠지만, 나중에 XX가 화폐가 된다. XX를 주고 민간인으로부터 물자를 공급받는다. 안 받으면 폭력을 행사한다. 민간인은 XX로 세금을 내야 한다. 안 내면 폭력을 행사한다. 즉 XX는 민간의 입장에서 받아서 내지 않으면 그때 그때 국가적 폭력에 처해지기 때문에 XX는 강제로 유통이 된다. 그래서 돌고 도는 양이 많아 지면 XX는 마침내 ‘돈’이 된다. XX가 종이라도 좋고, 동전이라도 좋고, 나무 막대기라도 좋다. 위와 같은 역할만 하면 XX가 뭐가 됐든 그건 화폐고 돈이다. 그래서 화폐는 원천적으로 폭력현상인 거다.

군인들이 특정 XX를 주고 소를 끌고 갈 적에 그것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렇게 모아 놓은 XX가 없으면 세금 낼적에 엄청 봉변을 당하기에 XX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화폐의 본질이다.

폭력이 화폐 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군대가 화폐를 주고 소를 끌고 갈 때 “어허 에헴, 안 된다니까!” 한마디로 거절할 수 있고, 연말 세금납부 때 내가 아무 종이나 그 위에 ‘얼마’라고 적어서 세무서 가져다 주면 치료희망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 입원당하게 된다. 그때 필연적으로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왜냐하면 어느 지역 사회에 유일한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만이 근원 화폐를 발행하는 것인데, 그와 관계없이 임의로 발행했기 때문이다.

바터와는 관계없다. 없어도 전혀 관계 없다. 바터 때문에 생겼다 하더라도 폭력적으로 그 화폐를 유일한 존재로 인정하기 전에는 화폐로 성립이 안 된다. 즉, 화폐의 기원은 바터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필요에 의해 강제유통 시키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요컨대 화폐는 원천적으로 폭력현상이다. 경제현상은 그 뒤의 문제다.

물론 역사적으로 군대 근처의 PX는 고가 물건을 바가지 씌워서 팔았다. 그래서 일견 군인들의 충분했던 급료는 월말 전에 다 날라가게 만들었다. 창녀촌의 가게도 그렇고, 광산촌 가게도 그렇다. 왕이 경영하는 가게이고, 포주가 경영하는 가게이고, 광산소유주가 소유한 가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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