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리콴유가 박정희의 포항제철 초청 거절한 이유

리콴유는 일본의 요시다, 중국의 등소평, 한국의 박정희과 함께 아시아의 지도자 반열에 든다. 싱가포르의 넓이는 서울만 하고 인구는 4백여만이다. 그러니 국가라기보다 도시다. 도시를 통치하는 것은 나라를 통치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방한시 포항제철을 방문하기를 사절하였다고 한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는 종합제철공장을 가질 수 없고, 가질 필요도 없으니 심사가 처연했을 것이다. 박정희에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칼빈이 제네바에 일종의 신정국가를 만들었는데, 싱가포르는 그와 같은 도시국가다. 그러나 장래에는 아테네가 페르샤를 상대로 일전을 겨루듯이 강력한 도시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이 타계하였다. 거인의 서거에 세계가 명복을 빌고, 박근혜 대통령도 장례식에 참가한다고 한다. 이참에 싱가포르를 좀 들여다보자. 싱가포르는 조호루 수도를 통해 물도 말레이시아에서 받아먹는다. 이것이 싱가포르에 치명적인 안보관심사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를 잠재적 관심국가로 여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호주도 가상적으로 한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태평양의 진주 발리섬에 호주 관광객들이 눈독을 들여 몰려올 수도 있다고 농담 반진담반 하는 것을 들었다. 마치 제주도에 탐을 낸 중국이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한 연고가 있다고 하며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같다.

싱가포르에는 태형이 있다. 중동 아랍국가에 태형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동남아에 아직도 태형이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이것은 리콴유가 민주국가의 공복이기보다도 아시아에 익숙한 전제군주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노정한다. 즉 그는 선출된 군주(elected monarch)인 것이다. 그러기에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자신은 선임장관(Senior Minister)로서 수렴청정하고 있었다. 이것이 리콴유가 자랑하는 아시아적 민주정치다.

그는 중국인이 90%인 것에 불안을 느껴 95%로 올려야 한다고 아들인 이현룡 수상에게 지령하였다고 들은 적이 있다. 즉, 객가(客家)인 리콴유는 말레이 반도에 한줌의 중국 식민지를 건설한 것인데 이것이 항상 불안하여 등소평과 손을 잡고 중국에 화교의 자본을 모아주는 대신 중국에 안보를 의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장교는 영국의 참모대학에 유학 보내면서 미국의 태평양 함대에는 수리기지를 제공하는 복합적 안보태세를 갖추고 있다. 모든 싱가포르인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싱가포르에서 매년 실시되는 샹리라 대화는 본래 아세안으로부터 시작했으나 이제 미국, 중국, 호주, 일본, 한국도 참여하는 다자안보의 거대한 광장이다. 한마디로 리콴유는 캠브릿지에서 영국의 국가경영의 진수를 터득한 것이다.

그는 일본의 요시다, 중국의 등소평, 한국의 박정희과 함께 아시아의 지도자 반열에 든다. 싱가포르의 넓이는 서울만 하고 인구는 4백여만이다. 그러니 국가라기보다 도시다. 도시를 통치하는 것은 나라를 통치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방한시 포항제철을 방문하기를 사절하였다고 한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는 종합제철공장을 가질 수 없고, 가질 필요도 없으니 심사가 처연했을 것이다. 박정희에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칼빈이 제네바에 일종의 신정국가를 만들었는데, 싱가포르는 그와 같은 도시국가다. 그러나 장래에는 아테네가 페르샤를 상대로 일전을 겨루듯이 강력한 도시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부자들은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 근거지를 가지고 있다. 여차하면 뜨는 것이다. 때문에 태국, 월남 등에서는 상권을 화교가 좌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화교가 중심이 된 공산당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화교 30만을 도살한 것이 이를 드러낸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인 가운데서 중국 식민지가 유지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것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제국의 흥폐와도 관련이 깊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리콴유의 지도자로서의 장점은 탁월하다. 한 국가가 국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싱가포르의 위상과 역할을 냉정히 살피고 활용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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