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中 부패스캔들, 남의 일 아니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쉬차이허우(徐才厚)의 집에서 황금, 옥, 현금이 톤 단위로 나왔다고 한다. 중앙군위 부주석은 정법위서기에 못지않은 중요한 자리다. 중앙군위 부주석은 국가주석이 중앙군위 주석을 지내는 것과는 다르다. 직업군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자다.

달러, 위안, 유로는 일일이 셀 수 없어 무개로 달았다고 만다. 금과, 금보다 더 귀한 옥 역시 톤 단위였고 고대 서화 등 명품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라 부패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중국에서 부패의 역사는 오래다. 청대의 가경제(嘉慶帝)가 건륭제(乾隆帝)의 총애를 받던 화곤(和坤)으로부터 압수한 재산이 8억냥이었다고 한다.(당시 1년 국고수입은 8천만냥이었다)

부패의 양상은 대체로 두 가지인데 횡령과 수뢰다. 일본은 마르코 폴로 이래 금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지팡구-로 알려졌다. 풍신수길(豊信秀吉) 시절부터 니이가타 앞의 사도 부교쇼(佐渡島)에서 막대한 금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덕천가강(德川家康)은 이 금을 국가재정의 중요한 기반으로 삼았다. 이를 책임지고 있던 감독관이 수백 관(貫)의 황금을 횡령하다가 적발되었는데 그의 집 마루 바닥을 걷어보니 금괴로 가득하였다. 그나마 그가 횡령(橫領, 요코도리)한 금은 국가 재정에 돌릴 수 있었다.

쉬차이허우의 부패는 횡령보다는 진급 장사로 거두어들인 수뢰(와이로)가 주종을 이룬 것이라고 한다. 제 이름같이 재물을 늘리는 재능이 탁월했던 모양이다. 진급비리는 관료의 부패가운데 가장 악질이다.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자를 진급시키는 것은 바로 조직을 망해 먹는다. 또한 진급비리는 필연적으로 먹이사슬이 될 수밖에 없다. 장관(將官)은 영관(領官)으로부터, 영관은 위관(尉官)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다. 아니면 업체들로부터 관계(關係, 관시) 유지를 위한 돈을 받는다. 이런 군에 군기가 설 수 없고 사기가 높을 수 없다. 건드리면 장개석 군대와 같이 산사태가 되어 무너지고 만다. 장개석 군대는 수뢰보다는 공금을 통째로 빼먹는 횡령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공군은 장개석 군대보다도 못한 것이 아닌가? 미국과도 겨루겠다고 진시황과 같은 등등한 기세로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는’(돌돌핍인, 乭乭逼人) 시진핑은 인민에 대해 면목이 없게 생겼다. 한나라나 명나라 같이 관료의 부패가 왕조의 멸망을 가져온 것은 중국사의 유구한 전통이다. 중국도 이 전통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인가? 무섭게 불어나는 GDP가 중국의 초강대국화와 통일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대만과 홍콩 시민이 중국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만은 대륙에서 쫓겨온 이래 부패척결에 나라의 존망을 걸었다. 홍콩도 싱가포르와 같이 영국의 통치 아래 문명화되었다. 이들이 이렇게 부패한 중국공산당이 인권과 민주화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에 의혹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이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 관건이요 첩경인 것과 같이 중국이 통일을 위해서는 대만과 홍콩 등의 시민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홍콩 민주화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을 앞으로 본토에 입경(入境)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강경책이 민주화시위에 대한 억제로 작용할지 마음을 점점 멀어지게 하는 악재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쉬차이허우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총후근부에 있는 유소기의 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국가주석의 자리에 있다가 문화혁명으로 쫓겨난 유소기는 모택동, 주덕, 주은래, 등소평과 더불어 중국혁명과 건국의 원로였다. 중국에서도 혁명 2세대의 일정한 순기능적 역할이 있는 모양이다.

중국공산당의 부패는 남의 일이 아니다. ‘민심은 천심이다’는 정치의 기본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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