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장군은 그렇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엔] 이번 한 육군 대장의 불미한 사건의 처리를 둘러싸고 언론, 국방부, 청와대 모두 반성하여야 한다. 언론이 선정적 보도에 흔들리는 것은 기업의 속성이다. ys 당시 포탄 사기 사건이 있었다. 제대로 경위도 알아보지 않은 채 ys는 하나회 숙정을 주도했던 국방부장관을 경질하였다. 모종의 불순한 속셈을 가진 언론에 대통령까지도 놀아난 대표적인 경우다. 이번 국방부 감사관실에도 정확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적시에 언론에 알려 주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다분히 언론 대응에 급급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적절치 못한 일처리였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문제는 청와대다. 한 육군대장의 불미한 모습에 실망한 민간인이 수방사 상황실에 신고하였다. 이 보고는 청와대 상황실로 전달되었고 비서진은 이를 그대로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엄격한 군인 아버지의 기억을 지니고 있고, 주위에 대장들을 두어 군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경악하였고 국방부 장관에 조치를 지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순서와 방법은 틀렸다. 군의 최고위 장성들에 대한 첩보는 관련 참모진의 철저한 확인과 면밀한 검토를 거쳐 대통령에 올라가야지 첩보보고를 민낯으로 대통령께 덜렁 올리는 것은, 대통령 참모로서는 빵점이다.
장군은 그렇게 다루는 것이 아니다. 5/16 쿠데타를 극화한 티브이 프로에는 이에 관한 흥미 있는 대목이 나온다. 장면 총리는 경찰 정보계통을 통하여 박정희 소장이 모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장도영 참모총장에 알아보라고 지시하면서 ‘일국의 장군을 함부로 잡아들일 수도 없고’ 운운의 대사가 나온다. 장면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만든 극작가는 ‘장군의 신병 처리는 무거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임은 틀림없다.
장도영은 무슨 이유인지 박정희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지 않고 자꾸 미룬다. 장도영의 이러한 행각은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학병출신의 청년장군 장도영은 용문산 전투의 영웅으로 일찍부터 군의 지도자 반열에 올라 있었고 여러 차례 불우했던 박정희를 도와주었던 처지였다. 따라서 그도 혁명의 대의에는 공감하나 憲政을 뒤집는 것에 반대하였는지,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이 반대하여 실패할 것이 분명한 쿠데타에 반대하였는지, 아니면 쿠데타에 편승할 권력욕이 발동하였던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참모총장인 장도영이 군사혁명위원장을 수락한 것이 쿠데타가 성공하는데 결정적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점에서 합수본부장이 대통령의 재가 없이 참모총장을 연행한 12/12는 5/16과 같이 논할 수 없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최규하 대통령은 재가 시간을 명기하였다.)
‘일국의 장군을 함부로 잡아들일 수도 없고…’ 이것이 장면 총리의 진면목이었다.

군을 잘 모르는 대통령으로서는 우선 국방부장관에 사안을 주고 처리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국방부장관을 통수권자 대리라고 하는 것은 이런 뜻이다. 고등학교, 육사 선배로서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아는 장관은 고심 끝에 자진 전역을 勸告(指示가 아니라) 하였을 것이다. 이 과정이 언론과 정치권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제공되었다면 이 불필요한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통수권을 위엄 있게, 지혜롭게 운용하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의 하나인 것이다.
김국헌/예비역 장군,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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