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중국 길들일 때도 됐다

미국 민주당 성향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정책토론에서 “한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이나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미국은 역내에 통합된 MD를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면서 “한국은 (미사일방어 문제로 미국과 협력할 경우) 중국의 반대편에 서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느 “미래에 한미양국은 누가 친구이고, 누가 위협국인지를 놓고 완전히 다른 페이지에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극언까지 했다. 이쯤 되면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이래 한국에 대한 미국 의 의혹과 불신은 올 데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참여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

한국이 MD와 AIIB를 두고 미국과 중국 양편을 만족시키는 게임을 하기는 쉽지 않다. 바야흐로 한국의 외교력은 최고의 도전을 맞고 있다. 이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메테르니히, 키신저, 이광요, 겐셔와 같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는 참여하고 있으면서 중국과 인도, 아세안 등 21개국이 참여하는 AIIB에서 참여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닌 듯하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바야흐로 항우와 유방의 <초한지>(楚漢志)가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양자에 다 같이 수용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도광양회를 넘어서 유소작위 돌돌핍인(有所作爲, 乭乭逼人)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발판(foothold)인 한국에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좌절시키기 위해 친중 경제인과 학자, 시민단체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은 심히 불쾌한 짓이다. 중화(中華)의 버릇이 발동하는 중국에 대하여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 당당함이 기본이다. 수그리면 수그릴수록 아예 짓밟아 버리는 것이 대국, 특히 중국의 제국주의 근성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택일을 요구할 때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다”는 우리의 입장을 단호히 해야 한다. 중국이 강공으로 밀어붙이다가 한국의 이러한 입장과 결의를 이해, 수용하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이제부터 한국은 중국을 길들여야 한다. 중국은 영국과 같은 노회한 나라가 아니라 이제 일어서고 있는 신흥 강대국이다. 힘을 잘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수장으로서 역할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 대해서도 냉정할 것은 냉정해야 한다. 한국형 우주발사체(KSR)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의 제동에 걸려 영국, 프랑스의 협조도 얻지 못하고 러시아와의 공동개발로 돌파구를 찾은 것은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다. 공동의 위협인식, 공통의 이익, 동일한 가치와 체제를 바탕으로 동맹을 맺은 미국이 한국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면에서, 언제든지 미국을 추수(追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미국 외교 실무자들의 오만을 그대로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현재의 국력, 한국인의 독특한 자긍심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모든 것은 우리하기 나름이다. 특히 외교가 중요하다. 공공외교도 강화되어야 한다.

외교는 정치와 같다. 모두 사람이 관건이며 생물과 같이 움직인다. 국익과 명분을 세우는 논리,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