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의 대만이야기 ③] 새롭게 제시된 ‘더 큰 하나의 중국’

여야 원로 “연방제 큰 틀에서 국제기구 자유롭게 가입”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국민당 정부가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인민해방군과의 국공내전에서 패배해 타이완 섬으로 물러난 1949년 이래 대만에서는 대륙과의 양안(兩岸) 관계를 규정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이어져 왔다. 통일이냐, 독립이냐의 갈림길에서 각 시기별로 나름대로의 정치적 고민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현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집권 이래 적용해 온 ‘일중각표(一中各表)’라는 개념이 그 하나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양안이 서로 중국을 대표토록 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하도록 하자는 것이 그 요점이다. 마 총통의 국민당 정부는 이러한 원칙 아래 현상유지 정책을 지켜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통일하지 않고, 독립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不統·不獨·不武)”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 여야 원로들에 의해 새롭게 제시된 ‘더 큰 하나의 중국(大一中)’이라는 개념도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연방제라는 큰 틀 안에서 ‘하나의 중국’ 개념을 대체하자는 뜻이다.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을 비롯해 쑤치(蘇起) 전 국가안보위원회 비서장, 청젠런(程建人) 전 외교부장, 양안 협상창구인 해협교류기금회 회장을 지낸 훙치창(洪奇昌) 등이 공동으로 이 개념을 화두로 던져놓은 것이다.
이 개념이 아직 대만 정가에서 그렇게 파급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나 양안 관계를 바라보는 대만 사회의 고충이 반영되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의 영유권 분쟁으로 베트남에서 반중시위가 발생한 가운데 현지에 진출했던 대만 기업들의 피해가 작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개념을 도입하자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한다.

그동안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오히려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베트남 시위대가 대만 기업인들을 공격한 것도 그런 결과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대만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장과 주장만 부각되었을 뿐 대만의 입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다.

‘분치정부’ 형태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주장

대만은 심지어 자신의 국호인 중화민국이라는 국호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를 포함한 국제무대에서 ‘차이니즈 타이베이(中華台北)’라는 변형된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에도 ‘타이완·펑후·진먼·마쭈(臺灣·澎湖·金門·馬祖) 개별관세지역(Separate Customs Territory)’이라는 관할지역 이름으로 가입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양안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만이 중국과 정치·체제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화민족의 핏줄을 이어받아 같은 문화권을 형성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특히 현 마 총통의 집권기에 들어 이미 경제교류에 있어서는 상당한 분야에서 장벽이 거의 걷혀진 상태다.

그러한 반면 본성인들을 중심으로 독립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됨으로써 대만 사회 내부적으로 갈등과 마찰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집권했던 민진당 시절에는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一中一臺)’이 캐치프레이즈였다. 중국은 이를 독립 움직임으로 간주하고 무력으로라도 저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던 것이다. 대만해협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기도 했다.

이번에 제시된 ‘더 큰 하나의 중국’ 개념에는 이러한 논란과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자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양안은 서로 제한된 주권의 실체로서 국제기구에 자유롭게 가입도 하면서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사례처럼 지금보다는 유연한 입장에서 관계를 이끌어가자는 주장이다.

중국 ‘대만 독립 반대’ 입장 반복, 부정적 기류

그동안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분치(分治) 정부’의 형태로 이끌어가자는 내용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렇게 군사적으로 평화상태가 유지될 수만 있다면 대만 내부의 통일이냐, 독립이냐의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종래의 ‘하나의 중국’ 개념도 큰 틀에서는 그대로 유지됨으로써 이해 당사자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함께 깔려 있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양안에서 독립적으로 유지됐던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흡수통일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더 큰 하나의 중국’ 입안자들은 강조한다. 그러한 한편으로 양안 서로가 다른 나라와 군사적 협력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과거 주장의 반복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양안이 아직 통일되지는 않았더라도 본토나 대만이나 모두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아직 더 이상의 구체적인 부연 설명은 없지만 무엇보다 ‘더 큰 하나의 중국’이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을 허용토록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선뜻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대만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양안관계는 수십 년간 시련을 겪어왔지만 총체적으로는 전진해왔다. 이것은 역사의 필연”이라면서 양안은 하나의 국가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대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당과 민진당 등 여야 정당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단은 양안 관계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이냐 하는 정치적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정치적인 슬로건이 아니라 무엇보다 2300만 국민들의 총체적인 의사가 중요하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투명하면서도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의견이 수렴돼야만 할 것이다. ‘더 큰 하나의 중국’ 논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