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세대주자 롄성원, 막판 ‘복병’
타이베이 시장출마 무소속 신인 후보와 박빙 승부
[아시아엔=최정아 인턴기자]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대만 차세대 주자로 촉망받는 롄성원(44· 連勝文) 국민당 타이베이 시장 후보가 외과의사 출신 후보를 만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대만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롄성원은 외과의사 출신 커원저(55·柯文哲) 무소속 후보와 막판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후보의 선거경쟁이 꽤 흥미롭다. 롄 후보는 대만 부총통과 행정원장 등을 지낸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박사 출신인 그는 타이베이의 대중교통 카드업체인 유유카드사 회장을 지냈으며 출마 전까지는 금융투자 분야에서 일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은 따로 후보를 내지 않고 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 선거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정치 명문가 출신과 무명 신인의 대결이란 점 이외에 또 있다. 대만 차세대 리더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롄 후보가 무명의 커 후보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던 11월 26일, 롄성원은 타이베이시 인근 융허초등학교에서 신베이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국민당 천홍위안(陳鴻源)후보 지원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라갔다가 피격을 당했다. 당시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현지 폭력배 두목이 연단까지 따라 올라가 롄성원의 목덜미를 누르고 왼쪽 얼굴을 향해 총탄을 두 발 발사한 것이다. 다행히도 뇌 부위는 다치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국민당은 국민들 주목을 받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중상’을 입었다던 롄성원의 회복은 지나치게 빨랐다. 보도 및 일반 예상보다 조기 ‘컴백’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롄성원의 모친은 최고의 의료진을 불러모아 치료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대만 시민들의 의심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시민들은 ‘조작된 총격’이라며 롄성원의 엑스레이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롄성원을 둘러싼 루머와 의심은 이번 타이베이 시장선거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천수이벤(陳水扁) 대만 전 총통이 당선되던 대선 전날에도 총격이 발생해 고의로 사건을 유발했던 사례가 있다. 시민들이 ‘2010년 그 날의 총격’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야당 후보들이 단일화하면서 롄 후보와 커 후보가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롄 후보가 무리수를 던졌다. 커원저 후보에 대해 ‘친일파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렌 후보는 “커 후보의 아버지가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학교를 다니며 일본이름을 썼다”고 강경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누워서 침뱉기였다. 오히려 롄 후보 집안의 ‘진짜 친일행적’터져나온 것이다. 롄성원의 할아버지 즉 롄헝(連橫)이 1899년 일제 식민지 당시 대만 총독이던 고다마 겐타로를 찬양하는 시를 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일파 계열 신문에 아편의 장점을 홍보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당시 일제는 아편을 장려하는 정책을 밀고 있었다.
야권 단일화 이후 롄 후보 지지율은 커 후보에게 18% 가까이 뒤졌으나, 현재 10% 가까이 따라잡고 있다. 롄 후보에 대한 비판여론에도 지지율에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오는 29일 선거에서 정치 명문가 출신 롄 후보와 외과의사 출신 무명정치인 커 후보 가운데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 귀추가 주목된다. <취재도움=리우 시아오양(중국 베이징 <카이신미디어> 기자),??초우한(대만 카이슈엔 고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