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신그룹 101층 타이베이금융빌딩 왜 구설수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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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주간] 101층(509m)의 높이를 자랑하며 세계적으로도 명물로 꼽히는 타이베이 101빌딩이 엉뚱한 수난에 휘말려 있다. 최근 대만 사회를 온통 혼란과 분노에 빠트린 불량 식용유 사건으로 급기야 101빌딩에까지 구설수가 미친 것이다. 이번 사태로 대만 식품업계가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식품회사를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다져 온 팅신국제그룹(頂新國際集團)이 101빌딩의 대주주로서 사회적인 자격이 있느냐 하는 논란이 번진 결과다.

지난 10월 처음 터져나온 저질 식용유 사태는 식품회사들이 지난 몇년 동안 동물사료용 기름을 일반 소비자용으로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슈퍼마켓과 백화점에서는 반품이 이뤄졌고, 진열대에서는 과자와 식품들이 치워지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웃인 중국과 홍콩 등에서도 대만산 식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비용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팅신그룹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팅신(頂新)제유, 청이(正義)식품, 웨이추안(味全)식품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대만의 식품업계를 주물러 왔기 때문이다. 특히 웨이추안식품은 간판 회사로 전국 학교 판매망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들도 돼지비계 기름에 동물사료 기름을 섞어 썼는가 하면 포도씨나 올리브 기름으로 표기하고는 목화씨에서 짜낸 값싼 기름을 섞어 사용함으로써 부당이득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101빌딩과의 문제는 팅신그룹이 타이베이금융빌딩(TFCC, 台北金融大樓公司)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TFCC가 101빌딩을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팅신그룹의 지분은 37.17%로, 44.35% 지분을 보유한 정부 다음의 2대 주주다. 13명으로 구성된 TFCC 이사회에서 6석을 갖고 있으며, 정부가 5석을 갖고 있다. 이밖에 커세이(國泰)금융과 CTBC(中信)금융도 각각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팅신그룹 회장인 웨이잉차오(魏應交)가 TFCC의 부회장을 맡아왔었는데, 이번 식용유 사태가 터지면서 그 자체로 사회적인 눈총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팅신그룹은 웨이잉차오 회장을 맏이로 하여 집안 4형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둘째 웨이잉초우(魏應州)와 세째 웨이잉충(魏應充), 막내 웨이잉헝(魏應行) 등이 모두 그룹의 중책을 맡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팅신그룹의 TFCC 지분으로 인해 대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101빌딩의 국제적인 명성이 더렵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101빌딩에 입주한 고급 매장들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은 물론 해마다 101빌딩에서 열리는 쌍십절과 새해맞이 불꽃놀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결국 이러한 여론에 따라 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팅신그룹에 대해 TFCC 지분 정리를 요구했고, 팅신그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팅신그룹은 부동산과 텔레콤 분야로까지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었으며, TFCC에 대해서도 지분을 더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커세이금융과 CTBC금융 등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그동안 보유해 왔던 지분까지 처분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물론 팅신그룹으로서는 5년 전 TFCC 주식을 1주당 13NT$에 사들여 현재 시세가 42NT$로 치솟았으므로, 그만큼 시세차익을 보장받을 수는 있더라도 이번 사태로 기업 이미지가 워낙 손상을 받은 탓에 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로써 전국 30%의 보급망을 확보한 케이블TV 네트워크(中嘉網路) 인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팅신그룹은 간판 회사인 웨이추안식품의 경영에서도 손을 떼야 하는 처지다. 회장을 맡고 있던 웨이잉충(魏應充)이 벌써 사퇴한 마당이다. 다른 계열사인 팅신제유와 청이식품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검찰에 의해 사기와 위조, 식품규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앞두고 있다. 다른 경영 책임자와 실무진들도 함께 기소되었다.

특히 이들 4형제 가운데 웨이잉초우와 웨이잉헝 두 명이 검찰 조사가 진행되던 도중 며칠 사이에 갑자기 중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의혹을 부풀리기도 했다. 팅신그룹이 걸프스트림 G450 자가용 비행기 2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각각 이 비행기를 나눠타고 출국했다는 점에서도 일반의 눈총이 고울 수가 없다. 더욱이 이들 자가용 비행기들이 대만에 등록된 게 아니라 중국에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불량 식용유 사태를 계기로 마잉지우(馬英九) 총통 정부가 식품안전 정책에 대해 보완책 마련에 나서는 등 국민적인 경각심을 불러온 것은 반사적인 교훈이다. 당국은 국가안보 및 재난구호 차원에서 식품안전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팅신그룹도 20억NT$를 내놓아 식품안전재단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사태의 불똥은 정치권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마잉지우 총통이 지난 2012년 총통선거 당시 팅신그룹으로부터 10억NT$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고발전이 전개되는 것이 그 하나다. 마잉지우 총통은 타이베이 시장 당시 101빌딩 준공식 행사에 참석해 지붕의 마지막 황금나사를 조이는 등 빌딩 완공을 축하한 바 있다.

한편, 101빌딩은 2003년 10월 완공 이래 2010년 1월 두바이에 부르즈할리파(829m)가 새로 등장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층빌딩으로서의 명성을 자랑했다. 물론 그 뒤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베이트 타워(558m), 미국 제1 세계무역센터(541m)가 새로 완공되면서 선두 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고는 있지만 세계적인 위상은 여전하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5층부터 89층까지 37초 만에 도달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중국 광둥 출신의 건축가 리쭈위엔(李祖原)이 설계했으며, 삼성물산에서 시공을 맡았다는 사실도 기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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