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박대통령, 수첩 당장 버리세요

수초(水草)의 일종으로 ‘부들’이 있다. 수십년 전만 해도 부들을 엮어 방석을 만들어 깔고 지냈다. 24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켰다. 여간한 인격이나 수신제가에 자신이 있는 분 아니면 아마 선뜻 수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분오열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조선후기 문신 이시백(李時白, 1581~1660년)이라는 영의정이 있었다. 본관은 연안. 자는 돈시(敦詩), 호는 조암(釣巖). 아버지는 연평부원군(延平府院君) 귀(貴)이며, 동생이 호조판서를 지냈다.

1623년 인조반정 때 아버지와 함께 가담하여 정사공신(靖社功臣) 2등으로 연양군(延陽君)에 봉해졌다. 이듬해 이괄(李适)의 난이 일어나자 협수사(協守使)로 군사를 모집하여 정충신(鄭忠信) 등과 함께 안현(鞍峴)에서 반란군을 격퇴했다. 그 후 양주목사를 거쳐 1631년 강화부유수를 지내고 1636년 병조참판으로 남한산성수어사·호위대장·특진관을 겸했다. 이해 12월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서성장(西城將)으로 성을 수비했다.

여러 관직을 거쳐 우의정에 이어, 좌의정이 되었고 연양부원군(延陽府院君)에 봉해진 뒤 1655년 영의정에 올랐다. 광해군이 왕위에서 쫓겨난 사건이 ‘인조반정’이다. 이시백은 인목 대비를 도와 인조반정 주역을 맡았던, 이귀(李貴)의 아들이다. 인조반정 당시 그는 아직 젊은 청년이었으나, 아버지를 도와 반정에 참여하여 많은 공을 세웠다. 효종 때에는 벼슬이 영의정까지 올라갔다.

이시백이 영의정으로 있을 때다. 그의 집에는 아주 진귀한 화초가 한 그루 있었는데, 소문이 궁궐 안에까지 퍼졌다. 하루는 소문을 들은 효종 임금이 화초를 보기위해 이시백 집을 방문하고 싶어했다. “대감, 상감마마께서 대감의 정원에 있는 진귀한 화초를 보시려고 여기에 납신다고 합니다.” 집에서 그 소식을 들은 이시백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변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정원으로 달려가 그 나무를 뿌리째 뽑아 버렸다.

“한시 바삐 나라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이때에, 상감께서는 어찌 한가롭게 한갓 화초 따위에 마음을 두신단 말인가?” 이시백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로 탄식했다. 이렇게 한결 같은 마음으로 나라의 앞 일만 걱정하던 이시백은 누구보다 검소한 생활을 하여,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들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이시백은 높은 자리에 있을 때일수록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고, 부귀영화에 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경계했다. 생활은 영의정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검소했다. 먹는 것은 물론, 집안에서 사용하는 침구며 가구들도 백성들이 쓰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 흔한 비단방석 하나 없이 늘 부들방석을 깔았다. 이런 생활을 딱하게 여겨 오던 부인이 하루는 비단방석을 만들어 내놓았다. “오늘부터 대감께서도 그 부들방석 대신 이것을 깔도록 하세요. 지체 있으신 분께서 늘 부들방석에 앉으신 것을 뵈니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이시백은 부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전에 깔던 부들방석을 자기가 깔고 부인을 비단방석에 앉혔다. “부인 나에겐 이 부들방석이 더 편하다오. 보잘 것 없는 내가 귀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도 늘 두렵게 생각하여 허물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거늘 사치까지 해서야 되겠소?”

이 말 한 마디는 그가 얼마나 청렴결백한 사람인지 짐작케 한다.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일수록 사사로운 욕심을 갖지 않도록 할 것이며, 집안에 있을 때도 늘 검소하고 부지런한 생활을 해야 함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이시백처럼 몸소 행한 사람은 역사에 그리 많지 않다.

“爲政之要는 曰公與淸이요, 成家之道는 曰儉與勤이니라.”(나라를 다스리는데 중요한 점은 공정하고 사사로운 욕심이 없는 것이요, 집안을 일으키는 길은 검소함과 부지런함이다)라는 말이다. 지금 세상에 이시백 같은 덕망있고 청렴결백한 인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느 시대나 인재는 있다. 단지 안목이 편협해 찾아내지 못할 뿐이다. 박 대통령은 수첩을 던져버려야 한다. 그리고 귀와 눈과 마음을 열어 널리 찾으면 이 나라는 어변성룡(魚變成龍)되는 나라라 반드시 인재는 있다.

그럼 어떤 인재를 찾아내면 될까?
첫째, 국민의 마음 단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둘째, 정치, 이념, 종교에 중도적이어야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셋째, 충의(忠義) 봉공(奉公)정신이 투철한 인물이어야 한다.
넷째는, 통제(統制) 명정(明正)이 분명한 권위를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다섯째, 대국관찰(大局觀察)의 안목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덕목(德目)을 갖추기가 그리도 어려운가? 인재는 반드시 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더라도 이런 덕을 갖춘 총리를 삼고초려 해서라도 모셔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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