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노란 가을, 양평 용문사 절 앞 늙은 은행나무 온몸 흔들며 <반야심경> 외운다 봄볕에 새순 틔워 이파리는 마른 가지 속에 들어 있다고 갈바람으로 우수수 낙엽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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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이백·신석정의 ‘산중문답’ “복사꽃 흐르는 물에 할매와 손녀딸”
이백? 산중문답 問爾何事棲碧山(문이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묻노니, 왜 푸른 산중에 사는가 웃으며 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 복사꽃 흐르는 물에 아득히 흘러가니 천지와는 달리 있어
[오늘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오늘의 시] ‘긍정적인 밥’ 함민복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오늘의 시] ‘풀’ 김수영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오늘의 시] ‘서시’ 윤동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의 시] ‘나에게’ 김영관 “포기 안하고 다시 일어나 줘서 고마운 나의 너 사랑해”
무엇을 원하는지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보니 여지껏 쌓아놓았던 것들은 모두 무너져 버리고 보이질 않네 한순간…주저앉아 눈물 나던 순간 눈 들어 세상을 보네
[오늘의 시] ‘가을’?정호승?”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오늘의 시] ‘미시령’ 이상국 “서울 같은 건 거저 준대도 못 산다며”
영을 넘으면 동해가 보이고 그 바닷가에 나의 옛집이 있다 수십년 나는 미시령을 버리고 싶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집을 비우면 바다가 심심할까봐 눈
[오늘의 시] ‘파지’把指 조오현 “천둥소리 들린다 한다”
2012년 11월1일 조오현 스님(오른쪽)이 압델라힘 엘 알람 모로코작가연합회장(가운데), 바이올린 연주자 배제니씨(왼쪽)와 책을 펼쳐 보며 말씀을 나누고 있다. 조실스님 상당相堂을 앞두고 법고를 두드리는데 예닐곱
[오늘의 시] ‘불혹의 추석’ 천상병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침묵은 번갯불 같다며 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 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 노자께서 말했다. 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 나는 너무 덤볐고 시끄러웠다. 혼자의 추석이 오늘만이
[오늘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오늘의 시] ‘너의 이름을 부르면’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 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오늘의 시] ‘레퀴엠’ 김창수 “어머니 영전에 울지 않으리라”
나 울지 않으리라 어머니 영전에 울지 않으리라 가슴으로도 넋을 놓고도 결코 울지 않으리라 당신 길 마음 놓고 가시라고 목울음 한 번만 꿀떡 삼키고 눈으로만 울리라
[오늘의 시] ‘8月 소나기’ 김명배 “늙은 부처가 낮잠을 깬다”
더럭더럭 운다, 8月 소나기. 늙은 부처가 낮잠을 깬다. 숲속 어디에 빤짝이는 것이 있다.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