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미시령’ 이상국 “서울 같은 건 거저 준대도 못 산다며”

미시령 휴게소. 인적이 드문 이곳엔 추억이 대신 남아 길손의 발길을 잡는다.

영을 넘으면 동해가 보이고

그 바닷가에 나의 옛집이 있다

수십년 나는 미시령을 버리고 싶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집을 비우면 바다가 심심할까봐

눈 오는 날에도 산을 넘고 어떤 날은 달밤에도 넘는다

 

서울 같은 건 거저 준대도 못 산다며

한사코 영을 넘는 것이다

 

바다도 더러 울고 싶은 날이 있는데 내가 없으면

그 짐슴 같은 슬픔을 누가 거두겠냐며

시키지 않은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동해는 네가 얼마나 외로우면 그러겠냐며

남모르게 곁을 주고는 하지만

 

사실 나는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바람이나 나뭇뿌리에 묻어둔 채

영을 넘고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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