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별이 돋는다 하늘은 겨울 속에서 꽃이 돋는다 나무는 고난 속에서 생이 돋는다 사람은
Category: 오늘의시
[오늘의 시] ‘장미’ 송욱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오늘의 시] ‘비슬산 가는 길’ 조오현···1932년~2018년 5월 26일
비슬산 굽잇길을 누가 돌아가는 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 비껴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가 나는 걸까 거문고 줄 아니어도 밟고 가면 운韻
[오늘의 시] ‘서시’ 최석 “아이들에겐 조국이 없다”
톈산은 늘 거기 있었지만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일 년 내내 한텡그리 봉은 흰 눈을 건처럼 두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사는 것이 뭔지 고개를 숙인 채
[오늘의 시] ‘나는 순수한가’ 박노해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찬 새벽 고요한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오늘의 시] ‘바위’ 김규동 “전직 대통령 노무현님이 몸 던진”
전직 대통령 노무현님이 몸 던진 바위 김구를 죽이고 여운형을 죽이고 조봉암을 죽인 그들이 좋은 지도자 한 사람을 죽였다 아니 우리 모두가 죽였다 부엉이바위라 불리는 그
[윤동주 시선] ‘위로’ “거미줄을 헝클어 버리는 것밖에”
위로 거미란 놈이 흉한 심보로 병원 뒷뜰 난간과 꽃밭 사이 사람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그물을 쳐놓았다. 옥외요양을 받는 젊은 사나이가 누워서 쳐다보기 바르게――
[오늘의 시] ‘소만’ 나희덕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5.18광주 오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신새벽 뒷골목에 네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5.18광주 오늘의 시] ‘임을 위한 행진곡’ 백기완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말자” 백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윤동주 시선] 5월, 비 오는 밤 “잠은 한낱 검은 고래 떼처럼 설레어”
비 오는 밤 솨― 철석! 파도소리 문살에 부서져 잠 살포시 꿈이 흩어진다. 잠은 한낱 검은 고래 떼처럼 설레어 달랠 아무런 재주도 없다. 불을 밝혀 잠옷을
[5.18광주, 오늘의 시] ‘금남로 사랑’ 김준태 “모두 입술이 젖어 있었다”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오늘의 시] ‘목포홍탁, 그 여자’ 정병근 “우렁우렁 팔자타령 나오면”
험상궃게 주름 팬 얼굴 어떤 남자의 누님이며 어머니일 법한 그 여자 뚜벅뚜벅 썩은 홍어를 썬다… 긴급 출동 강북 카 써비쓰옆 목포 홍탁 불낙염포 바랜 선팅
[오늘의 시] ‘오월의 꽃’ 박노해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장미꽃이 피어난다”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오늘의 시]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이상국 “그 별에서 소년으로 살았다”
감자를 묻고 나서 삽등으로 구덩이를 다지면 뒷산이 꽝꽝 울리던 별 겨울은 해마다 닥나무 글거리에 몸을 다치며 짐승처럼 와서는 헛간이나 덕석가리 아래 자리를 잡았는데 천방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