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월의 꽃’ 박노해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장미꽃이 피어난다”

붉은 저꽃, 장미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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