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면서 지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삶의 매 순간이 절실하고 아릿한 것은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이 함께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모든 목숨붙이들은
![](http://kor.theasian.asia/wp-content/plugins/jetpack/modules/lazy-images/images/1x1.trans.gif)
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면서 지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삶의 매 순간이 절실하고 아릿한 것은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이 함께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모든 목숨붙이들은
눈이 내렸으면. 하염없이 하얀 눈 내려 하늘과 땅 경계 잃었으면. 만상이 눈 속에 묻혔으면. 그 속에 나도 그리 묻혔으면. 내 그리움 내 애달픔 더 깊게
남은 볕살 속을 걸어 네게로 간다 네게 가닿기 전엔 아직 나의 가을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게 아니므로 하얗게 핀 억새꽃 홑씨처럼 흩날리고 향기 아리던 감국(甘菊)
잘 지내시는가 나도 잘 지내고 있네 차나무 햇순을 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찬 이슬 내리고 하얗게 피었던 그 찻꽃도 다 지고 있네 매양 하릴없이
억새꽃 하이얀 언덕에서 저무는 노을 바라볼 때 어깨 위에 놓이는 손길 가을인가 당신인가 박꽃 하얗게 눈부신 밤 하염없이 별을 쳐다볼 때 가만히 내미는 손길 가을인가
꽃을 피우게 하고 지게 하는 것은 새벽이면 닭을 울게 하고 팔월 불볕 아래 매미를 저토록 절규하게 하는 것은 허공에 거미의 집을 짓게 하고 모기 주둥이에
저문 강에서 그댈 보내고 아침 강에서 그대를 그린다. 세월은 강물 따라 흐르는가. 봄꽃 붉게 비치던 강에 노랗게 단풍 지고 있다. 이 강은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구월 초하루 아직 아침이다. 이현(二絃)을 듣는다. 현이 적어 울음이 깊은가. 나는 그 깊이를 감당할 수 없다. 햇빛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오늘 눈부신 볕살 아래서 미루어둔
삶이 곧 이별이라고 말했지 이별도 연습하면 덜 서러울 수 있을까 바람이 없어도 꽃잎 떨어져 내리고 오래 머물 순 없을 거라고 말했지 붙잡아도 머무를
건너 보이는 바다에 섬이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그 섬은 언제나 뭍과 떨어져 외롭고 스스로를 품어 늘 고요했다 아직 자신을 품는 법을 알지 못한 나는
너의 고통 나를 대신해서 그리 앓고 있는 것이라면 네 슬픔 나를 대신해서 그리 슬퍼하는 것이라면 너에게 닥친 그 불행 나를 대신해서 그러한 것이라면 네 좌절,
어둑새벽 머리맡에 날아와 하루를 깨우는 새소리에서 간밤에 내린 비로 불어난 개울 물소리에서 우두둑 연잎에 돋는 빗소리에서 저무는 가을밤을 밝히는 풀벌레 소리에서 찬바람 따라 서걱대는 마른
푸른 오월이 장미를 저리 붉게 꽃피웠고 일 년의 열 한 달들이 푸른 오월 저리 빚었네요. 장미꽃 앞에서 환한 당신 우주의 중심
오월을 걷는다 사방 초록의 천지 물빛조차 진초록이다. 출렁이는 초록의 복판을 헤쳐 네게로 간다. 너는 그 초록 속 하얀 꽃 아카시 찔레꽃 같고 이팝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흐름 위에 자리한 이여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흐르는 시간 우리 할 일은 무엇이고 이룰 수 있는 건 또 무엇인가. 오직 흐를 뿐, 가벼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