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목련 앞에서
하얀 꽃그늘에서
오래고 늘 새로운 존재를 생각한다
나보다 먼지 있었고
또 나중에 있을,
어머니 땅에 뿌리하여
한 번도 제자리 벗어나려한 적이 없이
사철 천지의 운행에 몸을 맡기고
햇살과 구름
바람과 눈비가림 없이 보듬이 안아
봄마다 더 새롭게 피어나서
온 세상 눈부시게 장엄한 뒤엔
하이얀 그 꽃잎 미련 없이 흩어버리고
한 가닥 남은 향기마저 바람에 띄우는
머무르는 바 없는 보시를 생각한다
환한 미소 그 자취 지운 자리에서
존재만으로 그저 기쁘고 고마운
무구한 영혼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