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저문 길에서
참으로 모든 것이 한순간이다
한 생이란 들숨과 날숨
그 한 호흡 사이에서 드러났다 사라지는
한바탕 몸짓이다
목숨 지닌 모든 것들이 찰나 간의 그 틈을 헤집고
그렇게 와서
또 그렇게 가는 것이다
생이 그토록 아련하고 아찔한 것은
찰나 간의 그 순간에
매달리고 움켜쥘 수 있는 것이 도무지 없음을
진작은 알지 못했던 까닭이다
꽃이 핀다는 것은
꽃이 진다는 것임을 그리 알았더라면
모든 순간이 마지막인 그 길에서
내 눈길 다만 네게 맞추고
내 몸짓 모두를 너를 향한 춤사위로만 오롯했을 것을
살아있는 것들의 눈을 깊이 볼수록
먹먹히 가슴이 메는 것은
그 모든 눈빛이
나를 향한 애틋함으로 젖어 있음을
저무는 길에서야 아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