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이번 생에’ 이병철

남해안 바닷가에 핀 납매(臘梅). 납매는 음력 섣달 즉 납월(臘月)에 핀다고 한다.  <사진 이병철>

이번 생에
여기에 몸으로 온 까닭을 생각한다

이 눈으로 다정하게 바라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한다 그리 말하고
두 팔로 당신을 안는다

부드러운 말과 거친 말
품어 안는 것과 내치는 것
가슴을 여는 것과 닫는 것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배우고

사랑하기와 두려워하는 것 가운데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내가 피어나는 것이
당신을 꽃 피어나게 하는 것임을

내가 당신에게로 가는 한 걸음이
당신이 내게로 오는 그 한걸음이라는 것을

촉촉한 가슴 들어 우러러보는 하늘
마주 보는 별들의 시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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