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이병철 ‘입춘제(立春祭)’
봄은 바깥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도 온다.
한 사랑이 내 안에 가득했을 때
겨울 한 가운데서도 내 가슴은 찬란한 봄날이었음으로
그 사랑이 아픔과 함께 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
봄 볕살 눈부신 날에도 가을의 스산함이 가슴을 메웠음으로
겨울 긴 날들을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생각으로 보내다가
쪽빛으로 물드는 입춘의 바다에 몸을 담그며
봄 마중을 한다.
아직도 가을을 앓는 내 가슴에게
이미 봄이 이리 왔다고
동백 빨간 꽃 그림자에 설레는 저 바다를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