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늦은 안부를 묻네

사진 이병철

잘 지내시는가
나도 잘 지내고 있네

차나무 햇순을 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찬 이슬 내리고
하얗게 피었던 그 찻꽃도 다 지고 있네
매양 하릴없이 지내면서도
매번 안부조차 이리 늦었네

어찌 지내시나
별일은 없고?

살아갈수록 산다는 게
살아있다는 게
참 놀랍고 대단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네

누군가는 절로 산다고 하지만
세상에 절로인 것이 어디 있겠나
절로 숨 쉰다는 것조차도
세포와 조직과 기관들의 쉼 없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것을

어찌 그뿐일까
저 나무와 태양과 구름과 바람과 비와 흙과
온 우주 그 천지 만물의 부단한 움직임과 상호 작용이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니
하물며 매 끼니 다른 생명을 밥으로 받아 모시며
이리 살아있다는 게
그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가

돌아보면 무슨 대단한 일을 해 온 것도 아니면서
무엇 때문에 그리 쫓기듯이 사느라고
정작 살아있다는 것에 제대로 고마워하지도
이리 살아있음을 오롯이 즐기지도 못했네
살아있어
늦게나마 이리 안부 전할 수 있어 고맙네

살아있는 동안은
종종 살아있다는 그 소식이라도 함께 나누세

살아있음을 더 많이 기뻐하고
그리 살아있게 한 그 모든 인연들에게 더 깊게 감사드리세

날씨의 변화가 심한 때이네
무엇보다 몸을 잘 챙기고 돌보시게
이번 생은 그 몸과 함께 가는 것
그 몸 없이는 이번 생의 그 사랑도 없다네

몸이 곧 자연이고 드러난 신성이네
몸을 모시고 돌보는 것이 예배인 까닭이 이것일세

마지막 날까지 잘 대하고 잘 돌보시게
구절초도 시들고 있는 걸 보니
머지않아 첫눈 소식 들리겠군

첫눈보다 먼저 안부 전할 수 있어 고맙네
어디서건 감사와 기쁨이 늘 함께하시길 마음 모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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