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여류(如流) 이병철. 시인, 스마트폰 사진가
  • 칼럼

    [이병철 칼럼] 우울한 이 봄, 길을 묻는다 “도대체 어찌해야 합니까?”

    국회의사당 어느새 사월이다. 새해맞이로 설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에 이리 시간이 흘렸다. 문득 사월은 잔인한 봄이라는 말이 불길한 예감처럼 떠오른다. 우울한 봄이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이번 봄이 가장 우울한 봄이지 싶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뜻이 실감나는 듯하다. 오랜 늦추위로 봄이 더디게 오더니 하얀 매화와 목련, 샛노란 산수유 개나리와 수선화, 연본홍의 진달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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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첫봄을 맞다

    양산 통도사 지장매 <사진 이병철> 비갠 아침산 위에 내린 눈,눈부시다. 오늘,매화 한 송이마침내 꽃망울 열었다. 설레임으로온몸 열며아린 그 향(香)을 듣는다. 내 생애첫봄을 맞았다.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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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남녘바다 일기 – 그 바닷가

    아직 겨울의 절기가 한창인 날 그 바닷가에 앉아 봄은 바다에서 태어난다는 내 오랜 미련을 놓지 못한 체 바람 속에서 봄의 냄새를 맡고자 했다 섬을 마주하고 있지만 바다에 서지 않고선 만의 안쪽을 볼 수 없는 내밀한 이 바닷가는 마치 당신의 깊은 자궁 속 같아서 어느 곳보다 봄이 먼저 찾아와 그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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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납매(臘梅)를 바라보며 무상(無常)을 떠올리다

    환하게 피었던 꽃 처연히 지고 꽃 진 그 자리 봉긋이 열매 맺히는 것은 칭얼대며 보채던 아이가 다시 방실대며 웃는 것은 알에서 깨어난 그 어린 새가 어느새 힘차게 저리 하늘 솟구쳐 오르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무상하기 때문이다 속절없음으로 무너지던 자리 다시 딛고 일어서는 것도 떠나보내는 등 뒤에서 기다림의 노래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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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충(忠), 그 중심의 자리’-2025년 서시

    흔들리며 주저앉는 나라 무너지는 세상에서 다시 충(忠)을 생각한다 충(忠)이 중(中)의 마음(心)이라면 그것은 중심(中心)을 바로 세우는 것이리라 중(中)이란 시중(侍中)과 수중(守中)과 적중(的中)과 중도(中道)의 그 중(中)일 터이다 마음(心)이란 진실함과 성실함과 오롯함과 지극함과 여여함의 그 마음이어야 하리라 중(中)의 자리를 떠난 곳에는 그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휩쓸림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는 마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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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그냥 사람의 길을’ 이병철

    고마워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기뻐하고 슬퍼할 줄도 화내고 미워할 줄도 알고 먼저 손을 내밀 줄도 내민 손을 함께 맞잡을 줄도 알고 소리 내어 울다가도 환하게 웃을 줄도 알고 서로 남이라 내치다가 모두 한 생명이라 품어 안을 줄도 알고 작은 것에 붙잡혀 넘어지기도 주저앉은 자리 짚고 다시 일어설 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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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별 같은’ 이병철

    우리 곁에는 별 같은 이들이 산다 빛을 감추고 함께 어울어 있어 쉬 드러나진 않지만 때로는 스쳐 지나며 문득 마주친 그 눈빛에서 또는 누군가를 향한 살폿한 미소에서 외로운 이를 위한 낮은 목소리의 노래 속에서 오른 손 모르게 내밀어 가만히 잡아주는 따스한 손길에서 길섶 들꽃 앞에 쪼그려 앉아 놀라워라 하는 감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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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가을과의 작별’ 이병철

    남은 볕살 속을 걸어 네게로 간다 네게 가닿기 전엔 아직 나의 가을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게 아니므로 하얗게 핀 억새꽃 홑씨처럼 흩날리고 향기 아리던 감국(甘菊) 노란 꽃잎을 지우는 언덕을 지나 그림자 짧아진 햇살을 쫓아 네게로 간다 갈잎 울창하던 숲길에는 벗은 가지들의 시린 발치를 잎새들의 이불로 덮고 있다 수십 번의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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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바람새’ 이병철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가는 그날 아침도 미소 지으며 일어나 숨결 고요히 명상하고 내 고마움과 서러움의 인연들께 삼배(三拜)하며 그리움 고이 접어놓고 그렇게 떠날 수 있으면 하고 나는 말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바람이었으면, 꽃향기 실어 나르며 깊은 산사(山寺)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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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장기표 형·한기호 선생·그리고 나의 숙모님”···여류 이병철 시인의 ‘이별의 여정’

    오래 전에 나는 ‘바람 새’라는 시에서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썼던 적이 있다. 십일월, 동짓달은 떠나기에도, 떠나 보내기에도, 떠난 이들을 추모하기도 좋은 달일지도 모른다. 그제 금요일엔 노겸 김지하 시인이 생전에 악어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고 한기호 선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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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다시,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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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깊은 가을’ 이병철

    그대는 떠나고 나는 머문다. 한 대의 향을 피우고 그대를 생각한다. 창밖으로 가을이 저물고 있다. 세상을 향해 길 위에 나선 그대 오늘 저녁 머물 곳은 어디인가. 나의 몸은 집에 매여 있고 그대의 몸은 길 위에 있다. 존재를 위해 지은 집에서 내 존재는 소유 당하고 붙잡는 길 위에서 그대는 새롭게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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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칼에 베인’ 이병철

    칼이 놓여 있다 칼은 고요히 있고 내 마음엔 작은 전율이 있다 가만히 놓인 칼에 움직이는 내 마음이 베였다 벤 적이 없는 저 칼날에 베인 이 마음은 무엇인가 칼은 이미 없는데 베인 상처는 선연하다 누가 이 마음을 베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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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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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구월의 연지에서

    구월 마지막 꽃잎 떨구는 연꽃 앞에서 꽃이 피면서도 지고 있다는 여태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알았다 꽃은 지면서도 피는 것이었다 마지막 꽃잎을 떨굴 때까지 꽃은 혼신으로 그리 피어있는 것이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모든 별들이 빛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반짝임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밤마다 하늘이 그리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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