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시인, 생명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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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시가 있는 풍경] ‘하얀 꽃’ 이병철

    오월을 걷는다 사방 초록의 천지 물빛조차 진초록이다. 출렁이는 초록의 복판을 헤쳐 네게로 간다. 너는 그 초록 속 하얀 꽃 아카시 찔레꽃 같고 이팝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꽃 같은 하얗게 그리 눈부신 꽃 초록빛으로 눈먼 내 눈을 초록 바다에서 허우적이던 내 혼을 화들짝 깨우는 그 하이얀 꽃이다 그 아픔이다 오월의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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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그리움 바래기

    그늘에선 그리움도 쉬 자라겠지요. 봄비 내린 뒤 돋는 새순처럼 그리움 너무 빨리 자라나 주체할 수 없어 햇볕에 바래려 거리로 나섰습니다. 햇살 눈 부신 거리엔 머리에 노란 송홧가루 뒤집어쓴 사람들이 저마다의 그리움 안고 말없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임을 알겠습니다. 그리움 바래려다 되돌아오는 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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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지는 것들 앞두고’

    피는 꽃 앞에서 설레었듯이 지는 꽃 앞두고 두 손 모은다 저 해 저물어 눈부신 이 아침이 다시 오듯 속절없음으로 절실한 이 순간 지는 꽃 있어 피는 꽃 눈부시다 너를 보내는 길에서 눈물 지우고 다시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은 피었던 꽃 시들어진 뒤 그리 지는 꽃 속에서 새로 피어나는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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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떨림의 까닭

      한 송이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떨리는 가슴으로 지켜본 사람은 꽃 한 송이가 지기 위해 애씀이 어떠한지를 안다. 서녘 햇살에 긴 그림자 끌며 먼 길 걸어본 사람은 남은 날들의 소중함이 어떻게 절실한지를 안다. 보름달보다 열이레 달이 어떻게 더 깊게 비치는지를 아는 사람은 떠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어째서 더 애달픈지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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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목련 앞에서

    하얀 꽃그늘에서 오래고 늘 새로운 존재를 생각한다 나보다 먼지 있었고 또 나중에 있을, 어머니 땅에 뿌리하여 한 번도 제자리 벗어나려한 적이 없이 사철 천지의 운행에 몸을 맡기고 햇살과 구름 바람과 눈비가림 없이 보듬이 안아 봄마다 더 새롭게 피어나서 온 세상 눈부시게 장엄한 뒤엔 하이얀 그 꽃잎 미련 없이 흩어버리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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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산벚꽃이 일러주는 ‘얄궂은 봄’

    이 봄은 얄궂어라 산벚꽃 먼저 피었네 저 산벚꽃 지면 이 봄도 따라 질거니 까닭 없이 피는 꽃 어디 있으랴 파르르 꽃잎 날리는 푸른 그늘 아래 봄꽃처럼 피어나는 설운 까닭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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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류:시가 있는 풍경] 등대 너머 해넘이

    서해안 저녁노을이 멋진 곳인 백수해안길의 등대 너머로 저무는 해를 배웅했다. 노을은 저무는 것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가운데도 가슴 깊게 와닿는 황홀함이라 할 수 있으리라. 내 이번 생의 마지막 또한 저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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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목련이 지는 밤

    기다리던 목련 피었다. 온 세상이 눈부시다. 마침 당신이 왔다. 한 대의 향을 사르고 붉은 초를 밝힌다. 찻물이 끓고 있다. 말을 잊고 마주 앉았다. 침묵을 뚫고 소리들이 밀려온다. 하마 목련이 지는가. 꽃송이 대지에 기대는 소리 들린다. 차를 따르는 손이 떨고 있다. 고맙고 서러운 인연, 봄밤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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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새봄의 신부

    새봄이다. 오래된 봄이다. 오랜 봄이 새봄을 낳았다. 새봄의 나의 신부여, 오랜 여인이여, 그대의 뿌리는 깊고 그대는 새봄처럼 새롭다. 그대는 그대를 낳은 여인처럼 어머니이고 그대가 낳은 딸처럼 처녀이다. 새봄의 설레임으로 물든 나의 설레임이여, 그대의 품 안에서 나 또한 태어나고 나는 수줍음으로 물든 그대를 품는다. 나의 처녀여. 봄이 저물고 꽃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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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봄밤

      왼팔을 팔베개하여 당신을 재웠는데 이 아침 오른팔이 무거운 까닭은 무엇인가. 밖에 바람이 몹시 불어요. 봄이 깊어 가느라 꽃길을 여는 바람이야. 당신은 어느새 잠들었네. 가난한 당신 가슴 쓰다듬으며 이 작은 가슴으로 일구어온 그 풍성한 사랑 생각하다가 내 잠도 깊었는데 무슨 꿈이었던가. 잠결에 빙그레 웃은 것은. 어떤 새소리였을까 새벽을 깨우던 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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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첫 봄을 맞다

    비갠 아침 산 위에 내린 눈 눈부시다. 오늘, 매화 한 송이 마침내 꽃망울 열었다. 설레임으로 온몸 열며 아린 그 향(香)을 듣는다. 내 생애 첫봄을 맞았다.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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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비(悲)’…갑진년 한해 품어갈 한 글자

    2024년 갑진년 새해 첫 아침입니다. 옹근히 새로운 한해, 그 눈부신 새 아침입니다. 이 아침,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렇게 지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생에서 얼마나 고맙고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만났던 인연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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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이병철 ‘입춘제(立春祭)’

    봄은 바깥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도 온다. 한 사랑이 내 안에 가득했을 때 겨울 한 가운데서도 내 가슴은 찬란한 봄날이었음으로 그 사랑이 아픔과 함께 하는 것임을 알았을 때 봄 볕살 눈부신 날에도 가을의 스산함이 가슴을 메웠음으로 겨울 긴 날들을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 생각으로 보내다가 쪽빛으로 물드는 입춘의 바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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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여류:시가 있는 풍경] 저문 길에서

    참으로 모든 것이 한순간이다 한 생이란 들숨과 날숨 그 한 호흡 사이에서 드러났다 사라지는 한바탕 몸짓이다 목숨 지닌 모든 것들이 찰나 간의 그 틈을 헤집고 그렇게 와서 또 그렇게 가는 것이다 생이 그토록 아련하고 아찔한 것은 찰나 간의 그 순간에 매달리고 움켜쥘 수 있는 것이 도무지 없음을 진작은 알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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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버킷리스트

    이번 생에서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허공 속으로 내 몸을 던져 그 무게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것이었다. ‘백척간두 진일보’의 경지를 그렇게라도 경험하고 싶은 갈망 같은 것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내 일흔의 나이를 기념하여 세상에서 처음으로 번지점프를 시작했다는 뉴질랜드 카와라우에서 협곡 속으로 흐르는 푸른 강물 위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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