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시인, 생명운동가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가을과의 작별’ 이병철

    남은 볕살 속을 걸어 네게로 간다 네게 가닿기 전엔 아직 나의 가을과 작별 인사를 나눈 게 아니므로 하얗게 핀 억새꽃 홑씨처럼 흩날리고 향기 아리던 감국(甘菊) 노란 꽃잎을 지우는 언덕을 지나 그림자 짧아진 햇살을 쫓아 네게로 간다 갈잎 울창하던 숲길에는 벗은 가지들의 시린 발치를 잎새들의 이불로 덮고 있다 수십 번의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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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바람새’ 이병철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가는 그날 아침도 미소 지으며 일어나 숨결 고요히 명상하고 내 고마움과 서러움의 인연들께 삼배(三拜)하며 그리움 고이 접어놓고 그렇게 떠날 수 있으면 하고 나는 말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바람이었으면, 꽃향기 실어 나르며 깊은 산사(山寺)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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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장기표 형·한기호 선생·그리고 나의 숙모님”···여류 이병철 시인의 ‘이별의 여정’

    오래 전에 나는 ‘바람 새’라는 시에서 “바람 빛 맑은 십일월은 돌아가기 좋은 달이라고, 저 바람처럼 내 혼(魂)도 그리 맑으면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썼던 적이 있다. 십일월, 동짓달은 떠나기에도, 떠나 보내기에도, 떠난 이들을 추모하기도 좋은 달일지도 모른다. 그제 금요일엔 노겸 김지하 시인이 생전에 악어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고 한기호 선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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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다시,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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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깊은 가을’ 이병철

    그대는 떠나고 나는 머문다. 한 대의 향을 피우고 그대를 생각한다. 창밖으로 가을이 저물고 있다. 세상을 향해 길 위에 나선 그대 오늘 저녁 머물 곳은 어디인가. 나의 몸은 집에 매여 있고 그대의 몸은 길 위에 있다. 존재를 위해 지은 집에서 내 존재는 소유 당하고 붙잡는 길 위에서 그대는 새롭게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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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칼에 베인’ 이병철

    칼이 놓여 있다 칼은 고요히 있고 내 마음엔 작은 전율이 있다 가만히 놓인 칼에 움직이는 내 마음이 베였다 벤 적이 없는 저 칼날에 베인 이 마음은 무엇인가 칼은 이미 없는데 베인 상처는 선연하다 누가 이 마음을 베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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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 시가 있는 풍경] 저문 강에

    당신은 눈부신 아침을 보고 나는 노을 진 저녁을 본다. 당신은 지난날들을 보고 나는 남은 날들을 본다. 당신은 입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젖은 가슴을 본다. 당신은 처음인 양 보고 나는 마지막이듯 본다. 저문 강가에 기대어 흐르는 산을 본다. 당신의 깊은 눈을 본다. 당신 속의 나를 본다. 흐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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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구월의 연지에서

    구월 마지막 꽃잎 떨구는 연꽃 앞에서 꽃이 피면서도 지고 있다는 여태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알았다 꽃은 지면서도 피는 것이었다 마지막 꽃잎을 떨굴 때까지 꽃은 혼신으로 그리 피어있는 것이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모든 별들이 빛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반짝임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밤마다 하늘이 그리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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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우상(牛墒) 장기표…연꽃처럼 맑고 향기롭고 따스한 ‘사랑 실천가’

    “선생은 특정 이념이나 사상의 틀로 묶거나 가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선생에게 숱하게 새로운 조직이나 정당을 만들게 한 것이고 그것이 제도권 진입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었다.” 자신과 세상의 변혁을 위한 걸음을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던 영원한 혁명가 장기표선생이 떠나셨다. 선생의 호 우상(牛墒)처럼 독재의 가시덩굴 거칠던 묵정밭을 혼신으로 갈아 민주화의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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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누가 우상(牛墒) 장기표형의 평전을 쓰면 좋겠다”

    우상(牛墒) 장기표형이 입원한 항암전문병원에서 면회를 했다. 건강에 대한 자신 또한 누구보다 강했던 형의 병 문안을 한다는 것이 낯설면서도 나이듦과 함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다시 든다. 지난 7월말, 산티아고의 짧은 순례를 떠나기 전에 형에게 치료와 휴양을 겸할 수 있는 항암전문 한방병원을 소개해 드렸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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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이병철 칼럼] “장기표는 옳았다…지사적 품성, 경륜과 담대한 포부”

    이 글은 이병철 시인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2021년 7월 제22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할 무렵 쓴 것으로, 필자가 15일 <아시아엔>에 보내왔습니다. 현재 국립암센터에서 암 치료 중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국민의힘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2021년 7월 “자아실현의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장 대표는 “한 사회의 근간인 가정이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33%를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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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시가 있는 풍경] ‘가림없이’ 이병철

    바람이 그친 뒤에 떨어지는 꽃을 봅니다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 있음을 압니다 환한 미소 끝에서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슬픔의 자락을 보았습니다 내게 오는 것 모두 당신이 주시는 것입니다 싫다는 말 이젠 놓겠습니다 그냥 고맙게 다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햇볕과 비바람 가림 없이 당신이 주시는 것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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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이현(二絃)을 듣다…”오늘, 이미 가을이다”

    구월 초하루 아직 아침이다. 이현(二絃)을 듣는다. 현이 적어 울음이 깊은가. 나는 그 깊이를 감당할 수 없다. 햇빛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오늘 눈부신 볕살 아래서 미루어둔 향초(香草)를 벤다. 차마 날을 갈지 못하고 무딘 낫으로 남은 미련을 자른다. 피 냄새 같은 것일까. 침묵하던 향들 솟구쳐 올라 내 상흔(傷痕)들이 아리다. 너 자신도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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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갑작스런 발병 소식 선배 ‘장기표’와 ‘연꽃’

    오늘 새벽 피어나는 연꽃들은 그 꽃잎 여는 시간을 좀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피어있는 연꽃들은 어찌할 수 없이 꽃잎을 연 상태로 고스란히 연꽃의 한 생을 마감해야 할 것이라 싶다. 그러나 환한 볕살 아래 활짝 피었던 꽃잎을 떨구는 것이나 비에 젖어 쳐졌던 꽃잎을 그대로 떨구는 것이나 이 모두 연꽃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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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여류:시가 있는 풍경] ‘그러면 좋겠네’ 이병철

    내일은 날이 환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내일은 눈이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좋겠네. 눈 온 뒤 더 눈부신 날을 생각한다. 동쪽으로 가서 해돋이를 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서쪽으로 가서 붉게 타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좋겠네. 해넘이가 눈부시면 해돋이가 더 장관일 거라고 생각한다. 봄이 오는 바다를 보았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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