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이현(二絃)을 듣다
구월 초하루
아직 아침이다.
이현(二絃)을 듣는다.
현이 적어 울음이 깊은가.
나는 그 깊이를 감당할 수 없다.
햇빛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오늘 눈부신 볕살 아래서
미루어둔 향초(香草)를 벤다.
차마 날을 갈지 못하고 무딘 낫으로
남은 미련을 자른다.
피 냄새 같은 것일까.
침묵하던 향들 솟구쳐 올라
내 상흔(傷痕)들이 아리다.
너 자신도 벨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은 당신인가.
아직 가을이 멀었다고 나는 말하지만
이현(二絃)의 그 무게 이제 감당할 수 없다.
오늘, 이미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