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섬(島)이 품은 섬

사진 이병철 

건너 보이는 바다에 섬이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그 섬은
언제나 뭍과 떨어져 외롭고
스스로를 품어 늘 고요했다
아직 자신을 품는 법을 알지 못한 나는
항상 그 섬이 궁금했다
여태 기다려왔지만
그 섬은 한 번도 뭍으로 나들이하지 않았음으로
가을 저물어 외로움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날
나는 그 섬으로 갔다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출렁이는 물결 위에 있으면서도 흔들림 없는
섬의 그 견고함에 나는 놀랐다
섬은 떠 있는 게 아니라 굳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섬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뭍이었다
발을 딛고 선 순간 섬 또한 뭍이 된다는 것을
그리워하기 위해선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섬 안에도 또 섬이 있다는 것을
이제껏 자신을 품지 못한 것은
내 안의 깊은 뿌리 보지 못하여 스스로를 떠도는 섬이라
믿은 까닭임을
그렇게 그 섬에서 내 안에도 섬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나와 떨어져 외롭고
스스로를 품어 늘 고요한
언제쯤 나는 그 섬에 가닿을 수 있을까
섬이 품고 있는 내 안의 그 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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