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흔들리는 것들에 눈 맞추며

 

 
삶이 곧 이별이라고 말했지
이별도 연습하면
덜 서러울 수 있을까
바람이 없어도 꽃잎 떨어져 내리고
오래 머물 순 없을 거라고 말했지
붙잡아도 머무를 수 없는
그런 때가 오고 있음은 알아
이별하기에 좋은 날도 있을까
비에 젖으면서도 피는 꽃을 좀 봐
꽃이 피어 설레는 게 아니라
설레어서 꽃이 피는 거라고 말했지만
남은 날들 가운데
설레임으로 함께 지낼 입춘제(祭)가 몇 번이겠어
가야 할 길이라 서둘지는 마
비바람 속에 꽃잎 저무는 저 길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을까
젖지 않은 가슴으로 네 눈 깊게 바라볼 수 있을까
흔들리는 것들에 눈 맞추며
목이 메지 않고도 노래할 수 있을까
삶이란 다만 이별을 연습하는 일이 아니라
사무치게 만남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너를 그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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