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누구인가’ 이병철
꽃을 피우게 하고 지게 하는 것은
새벽이면 닭을 울게 하고
팔월 불볕 아래 매미를 저토록 절규하게 하는 것은
허공에 거미의 집을 짓게 하고
모기 주둥이에 침을 달게 한 것은
지는 노을에 한숨짓게 하고
이슬 맺힌 꽃 앞에서 미소 짓게 하는 것은
숨 쉬는 모든 목숨붙이들 속에도
쉼 없이 출렁이는 파도 속에도
밤마다 반짝이는 별 떨기 속에도
깃들어 있는
그 떨림 같은 것
그 숨결 같은 것
그 속삭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