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칼럼] “장기표는 옳았다…지사적 품성, 경륜과 담대한 포부”
이 글은 이병철 시인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2021년 7월 제22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할 무렵 쓴 것으로, 필자가 15일 <아시아엔>에 보내왔습니다. 현재 국립암센터에서 암 치료 중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국민의힘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2021년 7월 “자아실현의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장 대표는 “한 사회의 근간인 가정이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33%를 넘고, 출산율은 0.84 밑으로 떨어졌다”며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이고, 노인 빈곤율,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1, 2위를 다툰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데 국민행복지수는 50위 밖”이라고 했습니다. 장 원장은 “다음 대통령은 정보문명시대를 이끌고 나갈 이념과 정책, 비전과 전략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저마다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방학교 시설 최신식으로 확충, 교사의 지방근무 수당을 연봉의 20% 이상 지급, 지방기업 법인세 50% 감면, 탈원전 정책 폐기, 대통령·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의 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 수준(2021년 350만원)으로 조정 등 주요 정책 10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다음은 이병철 시인이 보내온 글 전문입니다. <편집자>
장기표 선생의 대통령후보 출마선언을 지지하는 이유
내가 현실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선배가 장기표선생이다. 나는 현실의 제도권 정치에 참여하는 이들과는 애초부터 그 길이 다르다는 생각에 친구나 선후배 등 지인들 가운데 정치권에 참여하는 이가 있으면 그 순간부터 관계를 중단한다. 이 나라의 현실정치, 특히 여기에 행세하고 있는 인사들의 언행을 볼 때, 나는 도저히 그들을 상종할 만한 용기도, 그 역겨움을 견뎌낼 비위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보라는 탈을 쓰고 편가름을 바탕으로 국민을 대립, 분열시키며 역사를 퇴행시키는 이른바 586세력이 주도하는 이 정권을 보면서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안도하고 있다.
현 문재인 집권세력이 저들의 무지와 무능과 무도함을 오히려 정치적 능력과 훈장처럼 내세우고 있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이를 실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치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족속들과 어떻게 상종할 수 있는가 싶은 것이다.
그런 내가 정기표선생과는 아직도 교분을 이어오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장선생은 정치판에 들어가 있지만 그를 현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정치라는 장에서 여전히 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영원한 운동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장기표선생은 나에겐 영원한 운동가요, 지금도 함께 하는 그 운동의 선배동지인 것이다. 영원한 민주투사라는 그의 별명처럼 선생은 정치판, 그 오염의 현장 한가운데서도 마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는 저 처염상정의 연꽃처럼 한 생을 그렇게 오롯하게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표선생은 현실 정치인이 아니라 운동가요, 지사요, 또는 수행가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인심은 흔히 그런 장기표선생을 일러 현실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라거나 아직도 자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래서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한다.
맞다. 이 모두 맞는 말이다. 이 나라 학생운동, 반독재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의 신화적 인물로 칭송받던 선생이 정치판에서 실패한 돈키호테로 비아냥의 대상이 된 것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장선생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정치판을 운동의 장으로 삼은 것 자체가 그의 무지거나 만용이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것은 무망한 짓이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한 두 선배가 모두 그랬다. 한 선배는 작고한 제정구선생이고, 또 한 선배가 지금의 장기표선생인데, 두 선배가 그 점에서 정확하게 서로 닮았다.
나는 고향 선배이자 공범으로 함께 징역살이했던 제정구선생을 추모하는 글에서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먼저 갈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일급수에서나 살 수 있는 물고기는 삼, 사급수의 오염된 물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표선생이 국회의원에 7번이나 출마했다가 모두 낙선한 것 또한 이와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선생이 여러 정권으로부터의 국회의원 전국구나 장관 등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기만의 길을 고집한 까닭이다. 정치를 하려면, 그래서 현실 정치인으로 나서서 무엇인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운영체제를 바꾸어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의회부터 진출하고 자신의 정치세력을 길러야 했다. 이를 위해선 타협도 하고, 과정의 불합리도 수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선생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치는 바름을 실현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원칙, 자신이 걸어온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사나 올곧은 선비라는 칭송은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도 현실정치에는 실패했다. 현실정치의 참여를 통해 자신이 그리는 나라를 이루어가겠다는 장기표선생의 정치노선은 실패했고 그래서 틀린 것이다. 내가 장기표선생이 틀렸다고 하는 이유이다.
엊그제 장기표선생이 내년 대선의 대통령후보로 출마선언을 했다. 총선에 7번이나 낙선하고 지금 당적을 두고 있는 국민의 힘 안에서도 아무런 기반도, 별다른 지지세력도, 국민적 지명도도 거의 없는 사람이 대통령후보가 되겠다고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뜨악하게 생각하거나 장기표선생의 또 다른 돈키호테식 언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싶다.
출마선언을 하고 며칠 되었지만, 주류언론이나 정치판에서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음이 그 증거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장선생은 우리 나이로 일흔일곱, 지금까지 거명되고 있는 후보 가운데서도 가장 고령으로, 이미 한물간 노인으로 치부되는 나이다. 지금 정치판의 가장 중요한 정치이슈 가운데 하나가 세대교체인데, 최고령의 노인이 나선 격이다. 그리고 국민들 다수, 특히 젊은이들 거의 대부분은 장기표선생이 누군지도, 민주화운동의 대부요, 운동권의 신화라는 지난 이야기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 자신들의 절실한 관심사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표선생이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아마도 장선생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요. 기회라 할 것이다.
장선생은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문에서 이번 출마의미를 자신이 운동가로서 평생을 꿈꾸어 오던 그 오랜 꿈의 실현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이 땅, 이 나라에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평생의 포부와 다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10가지 청사진을 제시한다. 실패한 정치인이 내세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정치선언‘이다. 선생이 쓴 ’행복의 정치론‘을 보면 새로운 시대의 국가목표는 국민 모두의 ’자아실현‘에 있다.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그 목표인 것이다. 가슴이 설렌다. 국가 발전의 목표를 이렇게 설정한 정치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장기표선생의 이 같은 출마 선언을 공감하고 지지하며 성원한다. 내가 이를 지지하는 것은 선생이 제시하는 내용과 그 실현을 위한 정치적 과제에 공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선생이 현실 정치인으로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핏 역설적이기도 한 이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이다. 제도권 정치를 통한 그의 정치혁명의 실패는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는 밑거름이자 도약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선생이 정치판에서 실패한 것은 선생이 제시한 ’국민행복시대‘라는 그 꿈의 실현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생이 평생을 이 땅의 민주화와 노동자의 인간다운 권익실현을 위해 몸 바쳐 온 것은, 그리고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탐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철학과 혁명적 목적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온 것은 이 모두 ’국민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시대‘, 국민 모두의 자아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철학과 올바름을 지켜내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시대의 교체이다. 그리고 문명사적 대전환이다.
진보와 보수, 이 구분은 더이상 유용한 잣대가 아니다. 낡은 시대의 한갓 고루한 관념일 뿐이다. 이제 유일한 하나의 기준은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인가, 현 물질 자본주의 체제의 기득권 유지인가의 여부이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비상사태와 대역병 등의 인류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문명사적 대위기 앞에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나라를 위한 정치적 변혁과 지구차원의 공멸적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함께 요구받고 있다.
생존을 위한 이 절대적 명제 앞에 세대와 계층과 성별과 인종과 국적 등 지금까지 서로를 구분하며 분리하던 기준들은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였거나 부차적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엄중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함께 온몸을 던지는 결단이 절실한 때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전환의 혁명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절체절명 상황과 마주하여 이를 헤쳐갈 수 있는 정치지도자의 능력과 자질이 어느 때보다 참으로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적 술수나 선동이나 흉내 내는 것 등 정치판의 낡은 이념과 수단으로는 더는 가능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제 이 나라의 명운과 온 국민의 안위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폭풍우 몰아치는 캄캄한 거친 밤바다의 뱃길에 바른 항로를 잡아 배를 몰고 가면서 승객들의 안심과 협력을 얻어 갈 수 있는 지도력과 인품이 있어야 하는 일이다. 차기 정권의 국가운영 책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따라 이 나라의 명운과 국제질서의 앞날이 가늠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장기표선생은 이른바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운 문명의 전환과 이를 통한 국민행복론을 연구하고 실현방안을 제시해왔다. 그는 이를 위해 일찍이 신문명연구소를 설립하고 ’신문명국가비전‘ 등의 여러 저술을 통해 그 방향과 목표, 과제와 실현 방법을 제시해온 것이다. 선생은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향한 연구 모색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의 제시를 위해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분야를 넘나들며 2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해왔고 이를 통해 ‘신문명과 국민 행복’을 함께 제시한 유일한 정치가이며 사상가이기도 하다.
전환의 신문명,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철학과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한다.
나는 장기표선생을 볼 때마다 ‘사드비프라’라는 영성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드비프라(Sadvipra)는 영성적 정치지도자를 일컫는 용어이다. 흔히 정묘한 마음을 지닌 자들이라는 의미의 ‘사드비프라’라는 지성과 영성을 함께 갖춘 깨어있는 정치적 또는 혁명적 지도자를 의미한다. 사드비프라는 또한 높은 도덕성과 아울러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와 착취에 대항해 싸울 용기를 지녔다. 그는 영원한 혁명가이면서 정치가이며 동시 생태영성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물질적 차원만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영적인 시각을 함께 제공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인류문명의 대전환, 그 전환정치의 중심이 생명정치, 생명이 충만하게 꽃피는 생태사회와 직결되는 것이어야 한다면, 전환의 새로운 정치에서 이에 걸맞은 지도자의 자격은 사드프라적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전환의 신문명으로의 이행을 통해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혁명가 장기표선생,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영원한 혁명가이면서 동시에 영성적 수행가이며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신문명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민행복론’을 주장하는 장기표선생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해 준비해온 유일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생이 이미 1991년에 ‘사랑의 정치를 위한 나의 구상’이란 8권의 전집을 통해 발표한 저서에서 보듯 그의 정치의 요체는 ‘변혁과 사랑’이다. 그의 혁명은 사랑의 혁명이며 그의 정치는 사랑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지혜와 사랑으로 깨어있는 사드비프라적 지도자로 장기표선생을 능가할 후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선 후보로 나선 인물 가운데 이러한 성품과 자질과 새로운 나라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해온 이는 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새로운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여 젊은이들에게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보람과 이를 통해 삶의 기쁨을 보장해줄 수 있는 지도력을 갖춘 사람도 장기표선생뿐임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불타는 전태일 곁으로 달려간 최초의 대학생이었던 오직 장선생만이 대기업중심의 노동귀족들에 맞서 노동의 정의와 형평을 실현할 수 있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장기표선생, 그는 세상 나이로는 노인이라고 하지만 사상과 열정과 기상은 어느 젊은이들보다 더 푸르른 만년의 청춘이다.
선생을 존경하는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선생의 한결같은 삶의 여정을 지켜보며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로 출마한 것을 지지하고 성원한다. 지금까지 정치인 장기표선생의 실패가 지금 새로운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음을 믿는 까닭이고, 오직 그런 선생만이 이 대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정치, 새로운 나라를 위한 담대한 변혁을 이룰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내년의 새로운 정권의 출범은 87체제의 극복만이 아니라 이 나라에 새로운 정치, 문명의 전환으로 이행되는 새로운 생명정치의 탄생이 되기를, 그리고 장기표선생이 이번 대선 출마를 통해 그 큰 마중물 역할을 감당하실 수 있기를 간곡히 마음 모은다.
장기표선생의 일관된 지사적 품성과 경륜과 담대한 포부와 전환문명에 대한 식견을 겸비한 지도력과 젊은 층의 열정을 함께 결합한다면 내년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기가 이 나라의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