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발병 소식 선배 ‘장기표’와 ‘연꽃’

장기표(오른쪽) 부부와 이병철(왼쪽) 부부, 2024년 초여름 남해안

오늘 새벽 피어나는 연꽃들은 그 꽃잎 여는 시간을 좀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피어있는 연꽃들은 어찌할 수 없이 꽃잎을 연 상태로 고스란히 연꽃의 한 생을 마감해야 할 것이라 싶다.

그러나 환한 볕살 아래 활짝 피었던 꽃잎을 떨구는 것이나 비에 젖어 쳐졌던 꽃잎을 그대로 떨구는 것이나 이 모두 연꽃의 한 생일 것이다.

며칠 전 지리산연찬 때, 도법스님과 대화 중에 나눈 ‘지도무난(至道無難)’의 의미를 새삼 생각한다. 우리가 ‘좋다, 싫다’라고 하는 그 분별심만 멀리한다면 도(道)는 그대로 환히 드러난다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단막증애 통연명백(但莫憎愛 洞然明白)]’는 신심명에 있는 말이다.

20여일 정도 길을 나서서 다음 달 중순경에 돌아온다. 그래서 미리 연지에 나가 연꽃과 짧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왔다. 돌아왔을 때에도 연지에는 연꽃들이 환하게 피어있을 것이라 싶다.

엊그제 막연한 사이인 장기표 선배의 갑작스런 발병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최근 들어 주변에서 이런저런 마음이 편치않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나도 그렇게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라 싶다.

충격적인 소식임에도 정작 담담한 선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또한 어찌할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것임을 생각한다. 연꽃이 피고 지듯 우리네 생 또한 그렇게 저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돌아와 더 환한 얼굴로 이 연지의 연꽃들과 그렇게 마주할 수 있기를 마음 모은다.

연 <사진 이병철>


세월

내 젊은 날의 한 때
깊이 모를 내 슬픔은
지상의 모든 꽃이
피면서도 지기 때문이라 여겼다

저문 날의 지금
마주한 것들에 대한 내 감사는
세상의 모든 꽃이
지면서도 피기 때문임을 아는 까닭이다

지상에서 피어난 어느 꽃 하나
지는 것이 두려워 피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마지막 꽃잎 지우는 그 순간까지
환하게 피어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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