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북핵 대응 ‘확장억제’ 정책과 ‘방호 완비’ 전략

핀란드는 전국민의 80%를 수용할 수 있는 5만4000개의 대피시설을 구축했고, 방호산업을 국가 핵심기반산업으로 삼고 있다. <박영준 필자 발표자료 캡처>

북한 핵에 대한 우리의 대응정책이 어느 새 ‘비핵화’에서 ‘확장억제’로 옮겨졌다. 공갈이 아닌 현실적 위협이 되는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대응정책이 변했기에 대응전략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는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와의 대립과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러시아 핵 위협 앞에서 스웨덴이 ‘핵무장’과 ‘미사일 전력’보다는 ‘방호시설 구축’으로 대응전략을 수정한 것은 현실적 이유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다. 스웨덴 대응전략 변천사는 3K 체계 중심의 미사일 전력에 집중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핵무기는 북한을 포함하여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9개국이 보유하고 있다. 강대국이 아닌 한 핵무기를 보유하면 국제사회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러시아의 핵 위협 앞에서 1952년 핵무장 성명을 발표하고, 1955년 핵탄두 설계를 완료한 스웨덴이 핵무장 정책을 포기한 이유다. 스웨덴에 인접하고, 러시아와 1300km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핀란드 역시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무역 중심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굳이 북유럽 국가들의 시행착오를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나라 대응전략의 핵심은 한국형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형 대량 응징보복의 3K(Kill-Chain, KAMD, KMPR) 체계이다. 주로 미사일 전력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현실적 위협이 된 상황에서 3K 체계의 실효성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먼저 목표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의 목표는 전쟁에서의 승리인 것은 자명하다. 한편 이 목표를 보다 정밀하게 나눠볼 필요가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즉,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미사일 중심의 대응전략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가져다 줄 수는 있겠으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담보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2021년 5월 11일(현지시간) 무장 정파 하마스가 쏜 로켓포를 이스라엘군(IDF) 방공시스템 아이언돔의 미사일이 요격하고 있다. 아이언돔은 미국의 자금·기술지원을 받아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사(社)와 이스라엘항공산업(IAI)이 개발한 단거리 로켓포 방어체계로 2011년 실전에 배치됐다. <사진 연합뉴스>

아이언 돔, 애로우 시스템 등 이스라엘의 미사일 대응전략의 눈부신 효과 이면에는 우수한 방호시설 구축 덕분이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로 유럽 건축물 HVAC(Heating, Ventilation, Air-Conditioning, 냉난방공조) 설비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벧엘 회사는 CBRN(Chemical, Biological, Radioactive and Nuclear, 화생방) 방호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의 존재는 이스라엘이 완벽한 방호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표적 예이다.

다음으로 기술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북한의 핵무기 투발수단을 미사일이 아닌 방사포로 설정해보자.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여 전술핵 도발을 감행한다면 투발수단으로 미사일보다는 방사포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등장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사정거리가 400km라고 하니 남한 전체가 충분히 사정권에 들어간다. 특히 수직, 수평으로의 변칙기동이 가능하기에 탐지 및 요격이 어렵다고 한다. 

스웨덴이 미사일이 아닌 방호시설로 대응전략을 전환한 이유다. 공격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대응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기술발전에 따른 요격수단의 교체와 달리 방호시설은 보강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방호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무기체계의 기술개발 속도보다 방호시설의 보강수준 속도가 훨씬 빠르다 보니 초격차 구현도 가능하다. 이는 역으로 핵 도발을 감행하고자 하더라도 예상되는 피해가 미미하다면 도발의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끝으로 시간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2022년 11월 2일 오전 8시 51분에 북한이 원산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울릉도 방향으로 발사했다. 합참에서는 8시 55분에 울릉도 전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공습경보까지 4분이 걸렸다. 

한편 이 짧은 시간에 미사일 궤적을 쫓아 요격이 가능할까? 아니면 인접한 안전공간으로 우선 대피하는 것이 현실적일까? 혹자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방호시설을 구축하지 않으니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방호시설 구축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접적국가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충분한 대응시간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접적국가에서는 대응시간이 부족하여 초기에는 생존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접적국가들 가운데 방호시설 구비없이 미사일 전력에 집중하여 방호전략을 구사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미군도 파병지에서는 헤스코 방벽 등을 설치하여 주둔지 방호를 수행한다.

북한 핵에 대한 대응정책이 ‘확장억제’로 옮겨간 것이 현실적 이유에서라면, 대응전략 또한 실효성 있는 ‘방호시설 완비’로 옮겨가야하지 않을까? 내가 살아야 미사일도 쏠 수 있다. “아생연후살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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