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경보발령, ‘서울시를 위한 변명…”핵 공격엔 의심말고, 훈련대로, 주저없이 대피해야”
[아시아엔=박영준 현대건설 상무, 전 육사 교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재난관리를 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의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핵 공격에 의한 재난도 이를 따른다.
일반적으로 ‘방호’는 핵 공격 이전에 행해지는 예방과 대비 단계의 체계, 시설, 활동 등을 일컫는다. 핵무기가 폭발한 후에 이루어지는 대응과 복구는 방호와 구분하여 ‘사후관리’라 칭한다.
국방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방호를 통해 핵 공격으로부터 예상되는 피해의 약 95%까지를 저감시킬 수 있다고 한다. 즉, ①적시적 조기경보체계의 가동을 통해 약 30% ②적절한 대피시설의 확보를 통해 약 50% ③민방위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약 15%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5%는 군, 소방, 경찰 등에 의해 의한 복구, 구호, 제염 활동 등의 ‘사후관리’를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2월 8일, 2016년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중앙통합방위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를 통해 ①사이렌과 공중파 자막 위주로 전파되던 민방위 경보가 휴대전화 재난문자로도 전송케 되었다. ②대피시설 또한 평시에 수영장, 주차장 등 이중 용도로 사용하면서 실질적인 방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점진적인 개선과 확충이 논의되었다. 아울러 ③지난 5월 16일에 있었던 제414차 전국 민방위 대피훈련을 필두로 범국가적 대응훈련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사회가 ①경보체계 ②대피시설 ③교육훈련으로 이어지는 방호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노력하려는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이러한 차에 지난 5월 31일 북한이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호를 발사했다. 이 사건은 핵 공격 상황에서 ①발사 소식을 인지하면 ②가까운 대피소를 찾아 ③신속하게 대피하는 ‘방호’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원했던 바는 아니었으나, 실전에 가까운 상황이 조성되어 우리가 놓칠 수 있었던 방호 측면에서의 부족한 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①경보체계 측면에서 우리의 부족한 면을 살펴보자. 경보체계의 가동으로 행정안전부가 사과를 하고 서울특별시가 비난의 화살이 받은 점이 아쉽다. 북한은 이번 우주발사체가 북한의 서해안에 가까운 동창리에서 발사되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하지만, 실제 발사체가 예상보다 서쪽을 지향하여 대한민국 상공을 통과할 수 있는 우려가 높았다.
북한의 우주발사체는 한 시간에 최소 29,000킬로미터를 날아간다고 하니, 1∼2분 내에 대한민국 상공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 서울을 목표로 삼는다면, 1분 내에 도달이 가능하다. 변경된 항로로 인해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초기대응으로써 경보체계의 가동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재난문자에 어느 정도의 정보가 포함되면 좋겠지만, 짧은 시간에 정확한 정보의 분석이 쉽지가 않다.
부실하거나 잘못된 정보 전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서울시의 대응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추후에라도 유사한 상황에서 정보의 부실로 경보 발령을 주저할까 걱정이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가 화를 키운 원인들 가운데 하나가 무대응에 가까운 초동조치였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②대피시설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시민들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피소의 위치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발사체(혹은 핵무기)에 대한 6하원칙 정보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네이버에서 상황을 검색을 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에 핵은 이미 머리 위에 도착할 것이다. 오히려 수많은 연구가 제안된 바가 있었는데, 바로 실제 상황에서는 가까운 대피소를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더 절실하다. 대피시설의 실효적 구축에 관해서는 숱하게 강조한 바 있다.
실질적인 대피시설 확보에 추가하여, 시민들이 신속히 가까운 대피시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위치 기반 어플리케이션 개발, 안내 간판 정비 등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③교육훈련 측면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이 북한에게는 핵 공격을 위한 매뉴얼을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정보 제한, 오경보 발령 등으로 갑론을박하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북한은 향후 핵 공격을 위해서 ‘양치기 소년’ 작전을 구사할 것이다.
즉, 실제 핵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이번과 같은 도발을 수차례 선행할 것이다. 이후 시민들이 더 이상 경보에 무감각, 무대응하는 시점에 실제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완충지대가 없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핵 공격은 남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북상하는 태풍과는 다르다. 핵 공격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여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몇 번을 반복하더라도 우리 시민들은 의심말고, 훈련대로, 주저없이 대피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