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방호 산업화 전략’으로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아시아엔=박영준 현대건설 상무, 전 육사교수] 핵을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이제는 더이상 공갈이 아니다. 날카로운 비수가 턱 밑 급소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위험한 실체이다. 결코 ‘공포의 조장’이 아닌 ‘절박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태세는 안일하다.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방호선진국은 각종 법, 제도, 정책, 기술 등을 바탕으로 완벽한 수준의 방호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심지어 방호산업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국가 경제에 큰 축을 담당케 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방호시설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창 전력 중심의 방산수출 호조를 목도하면서 방패 전력의 핵심인 방호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방호시설의 필요성과 산업·경제적 파급효과를 알면서도 민방위 대피시설 구비와 방호기술 개발이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구축과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유사시에만 필요한 낮은 활용성 때문일 것이다.
‘지속발전가능성’이란 용어가 있다. 지금은 널리 사용되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도 학술 목적 등 일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필자도 박사과정에 있을 때 연구의 필요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름의 정의를 통해 사용한 적이 있다.
당시 지속발전가능성을 “상호 배타적인 두 본질이 보완적 관계에 놓이게 되면, 두 본질은 스스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관계 설정을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 정책, 기술 등이 ‘촉매제’로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도시, 건축물 개발에서는 환경보존과 토지개발은 양립하기 어려운 배타적 관계이다. 이를 촉매제인 USGBC(United States Green Building Council, 미 그린빌딩협회)에서 제시한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를 준수케 함으로써 환경보전과 토지개발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토록 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관계는 친환경 개발을 가능케 하여 오늘날 지속발전가능성을 고려한 개발사업의 좋은 예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보 측면에서의 민방위 대피시설, 그리고 경제 측면에서 방호시설의 낮은 활용도와 적지 않은 예산부하는 당연히 배타적 관계이다. 이 두 본질이 ‘방호 산업화 전략’이라는 촉매제를 통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방호시설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산업화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①건축물 용적률 상향 ②수익사업 허용 ③부가세 혜택 등의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대지면적 약 6,400평방미터의 OO동 시니어타운은 준주거지역에 위치하여, 건폐율, 용적률, 층높이 제한을 각각 60%, 400%, 9층까지 적용받는다. 이에 건축면적 약 3,800평방미터, 연면적 약 32,000평방미터의 7층 근린생활시설로 계획하였다. 용적률에서 제외되는 지하공간은 지하 2층까지 주차장으로 설계하였다. 역세권에 위치한 주변시세를 고려할 때 총 수입이 약 1,850억원, 개발에 필요한 총 지출이 1,760억원으로, 이에 따른 약 110억원의 개발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 건축물에 지하 3층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대피인원 약 1,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약 3,370평방미터의 방호구역을 계획하였다. 방호구역은 ‘대피구역’, 청정기계실, 오염기계실, 오염통제구역 등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대피구역’은 평시에도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차장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이중용도로 설계하였다. 지하 3층의 증축으로 방호설비 등의 추가에 따른 약 50억원을 포함하여 기존 대비 약 130억원이 추가적 지출이 이루어졌다.
약 130억원의 추가 지출을 만회하기 위하여 방호구역 내 주차면수 58대에 일일 예상 주차율, 시간당 주차비, 이자율, 건축물 수명 등을 고려하여 현재시점에 약 70억원 수입 확보가 가능하였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남은 약 60억원의 수입은 지상부 용적률을 7%까지 상향시킴으로써 충분히 확보가 가능한 것을 확인하였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제15조에서 제로에너지 빌딩 용적률 인센티브가 11~15%임을 감안한다면 7%의 용적률 상향은 큰 무리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이 외에 공동주택 등 유사 사업에서도 용적률을 15%까지 상향시키면, 개발에 따른 이익을 기존 대비 40~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수입사업과 용적률 상향 15% 인센티브로도 기존의 개발이익을 보전할 수 없다면, 부가세 감면 혹은 면제의 혜택 또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례는 안보 측면에서 민방위 대피시설 구축과 경제 측면에서 예산부담과 평시활용성 한계라는 배타적 관계의 문제점을 산업화 전략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정량적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방호시설 구비와 이를 위한 지출이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새로운 투자전략, 즉 금융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산업화 전략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제로에너지빌딩에서의 인센티브와 같은 용적률 상향, 안보 공공재라는 인식 하에서의 수입사업 허용, 방위산업 연장선에서의 부가세 혜택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마땅히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창은 방패로 막는다. 창을 창으로 막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3축 체계에 반드시 방호시설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제 아무리 날카로운 비수라 할지라도 민방위 대피시설이 충분하다면 우리의 급소를 결코 뚫을 수 없는 든든한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동시에 방호 산업화 전략이 활발히 구현된다면 방호시설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되어 지속발전가능성의 모범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경제와 안보, 상호배타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