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소명의식과 직업정신 투철한 사람 어디 없소?”

백범 김구 선생은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고 하셨다. 사진은 ‘평생 대장장이로 60년 전남 함평의 유석종씨’로 연합뉴스가 2014년 1월 보도한 것이다. 

취업은 선택이 아니고 생존인 듯하다. ‘취업전쟁’은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다. 필자는 육사 교수 시절, 사관생도 선발을 위한 면접에, 현재는 기업에서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에 참석을 한다. 매번 면접에서 최선을 다하는 지원자들 앞에서 부족한 내 모습을 바라보면 나의 현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편 손색없는 지원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시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학원가가 밀집한 곳에서 사관학교 면접 준비를 위한 사설학원을 여러 곳 보았다. 시중 도서관에 가보니 면접 준비를 위한 서적이 꽤 많았다. 나에게도 많은 분들이 면접을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온다. 딱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면접에서 가동되는 나의 ‘본능적 판단’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한 포수가 사냥개와 함께 산에 올랐다. 사냥감을 찾던 중 산토끼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내 어깨에 메고 있는 사냥총으로 산토끼의 다리를 명중시켰다. 사냥개가 절름거리는 산토끼를 잡으려고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끝내 놓치고 말았다. 포수는 허탈하게 돌아온 사냥개를 나무랄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냥개의 대답에 더 이상 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포수는 우연히 그 토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친 다리로 어떻게 사냥개를 따돌릴 수 있었는지 물었다. 산토끼는 “죽기 살기로 도망갔다”고 답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숨을 다하는 것은 다른 차원인 듯 하다. 직업의 사전적 의미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한다. 밥벌이, 벌잇자리 등이 유의어이다. 직업이 과연 그 수준이란 말인가?  

백범 김구 선생은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고 하셨다. 단순한 ‘직업’이 고귀한 ‘소명’이 될 수 있는 것은 직업의 귀천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은 아닐까?

최선을 다하는 것 이상으로 목숨을 걸 때, ‘직업’이 아니고 ‘소명’이 될 수 있다. 영화 <울즈마 톤즈>의 남수단 이태석 신부, <아픈만큼 사랑한다>의 필리핀 박병출 의사. 이 분들에게 신부, 의사는 ‘직업’이 아닌 ‘소명’이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직업들이 있다. 전쟁터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미가 적다.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싸워서 이겨야만 한다. 우리는 그것을 ‘군인정신’이라고 한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일선에서 뛴다. 역사적으로 진실을 알리는 것은 개인의 목숨 이상을 걸어야 할 때가 많았다. 우리는 그것을 ‘기자정신’이라고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녹여 넣은 걸작, 이것은 ‘장인정신’ 덕분에 가능하다.

며칠 전 식사 자리에 초청 받아 다양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가 공무원으로서 정부에 충성할 수 있어도 정권에 충성하지 않았던 분, 고립된 섬 한반도의 평화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시베리아 횡단에 나서는 분, 자연과 함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을 외치는 분. 이 분들도 자신의 직업에 정신을 불어넣은 소명에 이끌려 산 분들일 것이다.

최근 경력직 연구원 채용을 위한 면접이 있었다. 지원자들의 학력, 경력, 전문능력, 어학능력 등은 단연 최고였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듯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상으로, 목숨을 다할 절실함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 했다. 그러한 사람이 조직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키고, 혁신을 이루어낼 것이라는 ‘본능적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업’에 목숨을 거는 ‘정신’, 우리는 그것을 ‘직업정신’, 곧 ‘소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One comment

  1. 며칠 후 포수는 우연히 그 토끼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친 다리로 어떻게 사냥개를 따돌릴 수 있었는지 물었다. 산토끼는 “죽기 살기로 도망갔다”고 답했다.

    저는 죽기 살기로 노력했는지, 또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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