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칼럼] 검단 아파트공사장 붕괴와 전방 GP의 ‘안전’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 뉴스를 접하던 중 문득 GP 생각이 났다. 우리 군의 GP들은 구축할 때만 해도 전문가, 건설장비 등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선배 군인들이 손으로 직접 빚어서 지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전문가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이라 지금도 안전과 품질 측면에서 우려가 더 이상 기우가 아닌 곳이다.” (본문 가운데) 사진은 5월 29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지하 주차장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모습. <연합뉴스>


군은 위험과 고달픔이 당연한 곳 아니다
헌신에 대한 최고의 안전·예우 보장돼야

GOP(General Out Post, 일반전초)와 달리 GP(Guard Post, 감시초소)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때 총기난사, 월북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이고, 문재인 정부에서 ‘9.19 군사합의’로 일부가 철거되거나 병력·장비를 시범적으로 철수시키면서 유명세를 탄 바가 있다.

남방한계선을 연한 GOP보다 더 북쪽, 즉 군사분계선(휴전선)과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명목상 2km 남쪽에 설치된 남방한계선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군사정전위원회로부터 인가된 인원만 출입이 가능하므로 민간인은 출입이 쉽지 않은 구역이다.

민간인의 출입이 어려운 덕(?)에 현역이었던 필자는 GP의 긴급 안전점검 및 방호 성능평가 등을 위해 각 전방사단들이 운용 중인 OOO개의 GP 대부분을 독점(?)하여 방문할 수 있었다. GP에서는 중위가 최고계급이다. 그래서 일부 부사관을 제외하면, 장·사병 모두가 20대 청년들이다. 전우애로 똘똘 뭉친 우리의 미래세대가 고립무원의 장소에서 그들의 터전인 국토를 지키는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진한 감동이다. 

첫 방문 때 큰 감동을 받은 이후, GP를 들릴 때면 작전차량에 피자를 몇 박스씩 실어갔던 기억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 중인 후배 군인들이 대견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있었다. 이 아파트는 설계에서부터 오류가 있었지만, 붕괴가 일어난 뒤에야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슬래브 상·하단 철근을 연결해주는 전단보강근이 설계과정에서부터 누락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슬래브 위에 놀이터를 조성하기 위한 토사를 부었고, 결과적으로 토사 등에 의한 상재하중을 견디지 못한 슬래브가 붕괴한 것이다.

붕괴사고 뉴스를 접하던 중 문득 GP 생각이 났다. 우리 군의 GP들은 구축할 때만 해도 전문가, 건설장비 등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선배 군인들이 손으로 직접 빚어서 지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전문가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이라 지금도 안전과 품질 측면에서 우려가 더 이상 기우가 아닌 곳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군이 첨단 화력, 감시 장비 등을 GP에 대거 보강하면서 GP 지붕에는 구축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재하중이 놓여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아파트 붕괴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군의 GP 실태가 떠오른 것은 직접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로서 유사한 원인에 따른 유사한 결과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전방 부대의 GP 모습

GP 대부분은 1970~1980년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GP는 시설 개선이나 신축 공사들이 일부 진행된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GP들은 거주 여건이 상당히 열악하다. 특히 안전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넘는 국가의 군사시설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실체이다. ‘최소한의 여건 제공’이 아니라 ‘최대한의 예우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GP라고 생각한다. 걸프전에 참전한 미군들에게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도 미국 본토에서 공수된 가장 값비싼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군을 떠난 이후 GP 방문이 어려운 터라 지금의 상황은 알 수 없으나,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울러, 최고의 예우가 보장되는 GP에서 젊음을 바쳐 헌신하는 우리의 20대들이 그들이 이끌어 갈 대한민국의 내일을 자랑스럽게 꿈꾸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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