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방호는 국가의 방패···우리나라 방호시설 현주소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공공도서관 지하공간. 전시에 시민들에게 완벽한 방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신의 시설과 설비를 완비하고 있다. <사진 박영준>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위협에 유사시 효
 ‘북핵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비한 방호정책 발전방안’ 세미나가 12월 7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박영준 현대건설 스마트건설연구실장(육사 56기, 육사교수 역임)은 이날 ‘방호수준 진단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아시아엔>은 박 상무의 발표문을 두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

[아시아엔=박영준 현대건설 스마트건설연구실장(상무), 전 육사교수, 토목공학 박사, 건축학 박사] 다양한 방호의 수단 가운데 방호시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방호수준을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산업화 전략을 중심으로 방호시설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방호시설에 관한 개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군 시설 용어사전에서는 “방호시설을 공중 및 지상공격, 화생방 및 나쁜 기상으로부터 인원, 장비, 물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구축한 강도 높은 시설물”로 정의하고 있다. 정의에 제시된 바와 같이 방호수단으로서 방호시설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방호의 궁극적 대상은 각종 무기체계로부터 방호시설 내부의 인원과 자산이며, 이들을 허용피해수준 내에서 수단인 방호시설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에 의한 무기효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기체계는 크게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로 나뉜다.

재래식 무기에 의한 효과는 폭발, 충격, 관입, 화염, 파편, 화생방,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파) 등으로, 핵무기에 의한 효과는 충격, 열복사선, 방사선, EMP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방호기술은 무기체계보다는 직접적인 피해효과인 무기효과를 중심으로 발전돼 핵무기 혹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구분보다는 무기효과를 중심으로 방폭·방탄, 화생방 방호, EMP 방호로 구분한다.

방호는 공학적 측면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하이테크 분야다. 가령 나노세컨드 이내의 짧은 시간에 급격한 하중을 견디는 구조체 설계에 필요한 적합한 수치해석이 아직은 없다. 상당한 두께의 콘크리트는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화열 처리, 콘크리트 자중 처리 등이 만만치 않다. 화생방 설비의 경우 완벽한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공결함의 발생 원인 및 위치 규명이 쉽지 않다. EMP 방호의 경우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과 예산이 만만치 않다. 한편 이러한 제한사항에도 불구하고 구축된 방호시설은 전시를 제외하고 활용성이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군 및 일부 정부 및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방호시설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군에서 조차도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비핵화 국면을 넘어 억제 및 대응 국면으로 넘어오면서부터 미사일 등 ‘창’ 전력에 주로 집중하였지만, 방호시설과 같은 ‘방패’ 전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뚜렷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은 바둑인 제1격언인 我生然後殺他에서와 같이 생존성 보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적인 무력 사용이 가능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군의 입장에서는 전투에서의 승리가 곧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일 수 있으나,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비록 군이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할지라도 이와 별개로 창 전력만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온전한 보호에 한계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 및 우려 상황에서 대피시설 구축만으로 핵무기에 의한 피해를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국가 핵 방호체계 조기 구축을 위한 제언, 국방정책연구, 2018년). 실제로 스웨덴 등과 같은 대다수의 방호 선진국에서는 오늘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방호시설로 인식하고 있으며, 방호시설 중심의 범국가 방호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하공간은 평시에 공공도서관 이용객, 물류회사 등의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핀란드 수도 헬싱키 공공도서관 지하 주차장. <사진 박영준>

우리나라의 방호시설 수준은 어떠한가? 방호수준의 진단에 앞서 무기체계의 고도화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호기술의 진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방호기술의 발전은 크게 3개 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는 생존형 방호이다. 이는 총·포 등 재래식 무기에 의한 폭발, 충격, 관입, 파편 등 일시적 무기효과에 견딜 수 있는 방호기술이다.

2세대는 작전(운영)지속형 방호이다. 기존 생존형 방호에 CBRN(Chemical, Biological, Radioactive and Nuclear, 화생방) 및 EMP 방호기술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3세대는 상황 발생시 대응시간 내에 효과적인 방호가 가능하도록 방호시설의 운영 및 관리에 4차산업혁명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3세대 방호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기술수준이며, 현실적 위협을 고려한다면 2세대 수준의 방호기능은 방호시설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방호수준 진단을 2세대 방호기술 기준으로 자원, 기술, 인력, 거버넌스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자원이다. 자원에서는 방호시설 자체를 판단해 본다. 방호시설의 운영 및 관리주체는 民, 官, 軍이 달리한다. 軍은 ‘방호시설’에 관한 등급을 정하여 확보된 예산 내에서 건설, 관리 및 운영한다. 民, 官의 방호시설 가운데 충무지휘용 대피시설은 행정안전부가 주무부처이며, 주민대피시설은 자지체가 주로 관리 및 운영한다. 참고로 民, 官의 방호시설은 충무지휘용 대피시설과 주민대피시설로 구분된다. 충무지휘용 대피시설은 정부 또는 지자체가 지휘용 및 전시상황실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주민대피시설은 다시 정부지원시설과 공공용시설로 구분된다. 정부지원시설은 대피를 위해 정부지원금으로 설치한 시설을 일컫는다. 통상 충무지휘용 대피시설과 정부지원시설은 軍 방호시설과 구분하여 ‘소산시설’이라 일컫는다. 공공용시설은 민간이나 정부, 지자체, 공공단체 소유의 지하 시설물로 ‘민방위 대피시설’로 명명하여 지정한 것이다.

민방위 대피시설의 경우는 주민대피를 목적으로 방송 청취가 가능한 60m2 이상의 지하시설을 공공용시설로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민방위 대피시설은 1세대 방호개념, 즉 방폭·방탄 수준의 기능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 및 화생방전 하에서 집단무덤이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소산시설의 건설 및 운영은 법으로 강제된 사항이 아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소요 예산에 비해 평시에는 활용 가치가 낮아 계륵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현 상태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방치되어 제 기능의 수행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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