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 사업, 이해와 양보로 ‘민군상생의 장’ 되길

서울 노원구와 육사가 조성해 2016년 12월 7일 개장한 육사 야구장. 노원구는 공릉동 25-5육사 부지에 15억5000만원을 들여 육사야구장을 조성해, 주민들이 활용토록 하고 있다.

군부대 이전 논란···‘국민의 꼰대’ vs ‘국민의 군대’

국방개혁에 따라 군부대 이전, 통합 및 폐쇄 등이 서서히 진행 중이다. 국방개혁 이전에도 주로 지자체 요구로 군부대 이전이 진행된 바 있다. 최근에는 개발사업 인기가 국방개혁 추진에 편승하여 많은 도시지역에서 군부대 이전이 요구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군부대가 도시 미관, 재산권 행사, 생활 안전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거할 수 있고,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목을 차지하고 있는 군 부지를 개발하여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군부대 이전 결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으나, ‘작전성 검토’가 가장 큰 난제일 것이다. 군사작전에 현저한 제한을 가하는 군부대 이전사업은 추진발의 자체가 쉽지 않다. 군부대 이전은 단순히 단위부대의 물리적 이전만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대대급 주둔지 이전은 적어도 여단급이나 사단급 제대의 임무와 운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주민 수용성, 방공 구역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한때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형 부대’를 제안하였다. 도심 내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는 가능하면 이전하되, 이전이 어려울 경우에는 군부대 주둔이 도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작전성 검토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여건을 보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군사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군사시설에 둘러싼 여러 난제들이 있지만, 군 외적인 측면 외에 군 내부 문제도 많다. 이전이 아닌 주둔에 있어서도 인접 지자체와의 갈등이 있다. 일부겠지만 군의 소극적 행정, 피해의식, 우월적 지위 남용 등으로 인해 작전성 검토 목적의 전자만을 강요하고, 후자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도심형 부대 정책은 민군이 상생할 수 있는 적극 행정의 선례임은 분명하다.

이탈리아 육군사관학교

필자는 1999년 5월 이탈리아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볼로냐에서 서북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역사 도시 모데나에 위치해 있었다. 방문기간이 길지 않았기에 지금은 대부분의 기억이 흐릿하다. 하지만, 많은 지역주민들이 참석했던 국기게양식은 무척 인상 깊었다. 아울러 마을 공설운동장에서 펼쳐진 박진감 넘치는 체육대회에서 지역주민들이 합세한 응원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역주민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대부분이 마을에 사관학교가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사관학교와의 교류협력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군부대가 이전할 수 없을 때 주변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민군의 시설을 서로가 함께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민군 시설공용’이라고 일컫는다. 군부대 체육관, 강당, 주차장 등을 인근 지역과 함께 활용하는 것이다. 한편 군 장병들도 군부대 주변지역의 생활인프라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시설공용을 통해 시설의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시설 운용에 따른 인력, 비용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

과학화 예비군 훈련대가 민군 시설공용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소집되는 예비군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훈련대는 주로 도심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 훈련대 내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주중과 주말을 구분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훈련대 내 공원화 지역은 민군의 점이지역으로 항시 개방하고 있다. 훈련이 없는 주말에는 강당, 주차장, 사격장 등까지 확대하여 지자체 문화행사, 동호회 활동 등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2015년 9월 30일 당시 김성환 노원구청장(왼쪽)과 육군사관학교장 양종수 중장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노원구-육군사관학교 지역발전 상생을 위한 협약 체결식’에서 체육시설 공동사용 협약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노원구청은 육군사관학교와 협의하여 미활용 군용지에 야구장을 건립하였다. 사관생도가 우선적으로 활용하되, 미활용 시간에는 지역 동호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육군사관학교는 노원구청과 함께 군사시설에 포함되는 축구장, 실내체육관, 주차장 등도 지역 주민들에게 적극 개방하고 있으며, 육사 울타리를 따라 놓인 경춘선 숲길은 잘 정돈된 육사 교정과 어울려 서울 시민이 가장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였다. 

육사 이전 요구가 한창일 때 지역 아파트연합회 등이 육사를 방문하여 육사에 대한 지역주민의 정을 보여주었고, 육사에 대한 따뜻한 지지를 보내줄 때 감회가 새로웠다.

미국, 일본도 국방개혁에 따른 부대이전에서 민군관계를 중요한 고려요소로 판단하여 반영하였다. 미국의 BRAC(Base Realignment and Closure) 후신은 국방개혁이 종료된 이후에도 미 국방부 내 경제지원국으로 남아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국방부에서는 군사시설 주변지역과 함께 하기 위한 많은 정책연구 및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군인들은 군림하는 ‘꼰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꼰대’가 될 것인가?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군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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