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최고 국가경쟁력은 ‘질문하기'”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챗GPT와 관련한 숱한 논쟁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혜안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챗GPT가 발전시킬 세상을 어떻게 준비하며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 중 하나가 ‘질문하기’를 잘 하는 것이다.” 사진은 음성인식 AI를 활용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영어 말하기 교육 프로그램 ‘AI펭톡’. <이미지 ETRI>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ChatGPT)가 세간의 화제다.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한다. MS Office 제품과 검색엔진 Bing에도 적용할 계획이며, 100억달러의 추가 투자도 협의 중이라고 한다. 구글, 메타 등 소위 빅테크 분야 경쟁사들이 챗GPT 서비스 개시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챗GPT를 필두로 빅테크 전쟁을 위한 선전포고를 한 상태이다.

챗GPT의 등장만큼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윤리적, 사회적 측면 등에서의 다양한 논쟁 또한 적지 않은 이슈가 되고 있다. 한편 확실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챗GPT와 관련한 숱한 논쟁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혜안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챗GPT가 발전시킬 세상을 어떻게 준비하며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 중 하나가 ‘질문하기’를 잘 하는 것이다.

어릴 적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질문을 잘해서 크게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있다. 선생님 질문에 답을 잘 하거나, 시험문제를 잘 맞추어야 칭찬을 받는데, 질문을 잘 해서 칭찬을 받으니 당시는 의아했다. 훗날 교육자가 되어보니 수업시간에 질문을 잘 하는 학생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수업내용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뛰어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수업내용 이상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최고의 질문은 질문자 스스로 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노력의 반복이 필요하다. 또 그렇게 해서 나온 질문은 책 한권의 가치보다 크다.

우리나라에서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이른바 연구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구목표(Research Objective)를 설정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때의 연구를 돌이켜보면 연구결과 제시에 많은 역량을 할애한 것 같다. 가치 있는 연구결과는 당연히 가치 있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연구방법론’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했다. 이후에 행해진 대부분의 연구활동은 연구방법론의 틀에 힘입은 바가 컸다. 연구활동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가 연구목적이 아닌 연구문제(Research Problem)가 모든 연구의 시작이었다는 점이다. 연구문제를 풀기 위해 세부 연구문제들을 구성하고, 각 세부 연구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가정을 설정하고, 가설을 세우고, 연구활동을 수행한다. 첫 단추인 연구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연구활동에서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여기에 많은 역량을 할애했다. 연구목적과 연구문제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가치 있는 결과를 중시하는 반면, 후자는 가치 있는 결과가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결과 도출에 실패할지라도 연구문제를 잘 설정하고 연구방법이 타당하면 연구 자체를 실패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의 박사학위 수여 여부가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견한 것이 아닌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의 여부를 따르는 이유이다.

수없이 질문하자. 틀린 답이라도 실패를 용인하자. 답을 하는 것을 배우듯, 질문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질문하기’가 AI 시대에 경쟁력이다.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연구결과, 즉 답을 잘 풀어내는 것에 있어서 우리나라 학생들만큼 우수한 집단을 지구상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교에서도 지나치게 논문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들을 평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이 교육에서 연구, 연구에서 창업으로 체질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실패도 서서히 용인되고 있다. 기발한 질문, 궁금증, 호기심 등 다시 말해 혁신적 아이디어, 창의적 문제 등이 세기적 빅테크의 출발점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시 챗GPT로 돌아가자. 챗GPT가 완전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만족할 만한 답을 준다고 한다.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사용하면 더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으며,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현재에 대한 답을 얻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는 챗GPT가 갖는 능력의 한계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N사에서는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한 AI를 출시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2023년 세계 10대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AI 챗봇을 꼽았다. 학습만 하면 엄청난 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언제가 질문에 대한 답은 AI가 상당부분 (혹은 완벽하게) 해결할 날이 올 것이다. 기존에 답을 잘 찾으면 인정받는 사회 시스템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의사의 처방, 판사의 재판, 교사의 교육, 엔지니어의 설계, 사업가의 기획 등 많은 부분을 AI가 대체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직업이 사라질 것인가? 결코 아니다. 질문을 잘 하면 어떤 직업을 막론하고 엄청난 일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알파고 이후 AI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상당히 높다. 알파고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AI에 관심있는 국가로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가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못한 것은 필연일 수도 있다. 사회 시스템이 아직도 질문보다는 답을 찾는데 주로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질문하자. 틀린 답이라도 실패를 용인하자. 답을 하는 것을 배우듯, 질문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질문하기’가 AI 시대에 경쟁력이다.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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